다음에 이직하면 이런 것들을 챙겨보려고 합니다.
처음 PM으로 이직해 보니, 가장 먼저 배운 건 ‘적응의 기술’이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PM’으로 이직을 하면서, 낯선 조직에 적응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 일인지 처음 실감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부족한 점도 많이 드러났고, 동시에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조직과 서비스에 빠르게 적응해야 퍼포먼스도 빨리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에는 어떻게 이 적응기를 더 잘 넘길 수 있을지 나름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PM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서비스가 돌아가는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면이나 기능뿐 아니라, 데이터는 어떻게 흐르고, 어떤 시스템이 얽혀 있는지를 이해해야 팀의 방향을 함께 그릴 수 있으니까요.
금융 도메인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조직 내 다른 서비스들과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부터 어려웠습니다. 이때 한 동료 PM이 “일단 각 서비스가 뭘 하는지 한 줄로 정리해 보자”라고 제안해 주셨어요.
막막했던 서비스 구조가 문장으로 정리되자, 복잡했던 퍼즐이 차츰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조직 내부에서도 외부의 시선으로 정리된 관점을 확인해 볼 수 있고, 저 스스로도 곱씹어보면서 저만의 언어로 서비스를 해석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구조도만 대강 훑고 지나갔는데, 다음 조직에서는 주요 데이터베이스 테이블과 컬럼까지 살펴보려 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면, PM으로서 논의할 때 훨씬 구체적인 논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OKR이 있는 조직이라면, 지금 팀이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빠르게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M은 방향을 세우는 사람이고, 그 시작은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PM은 협업의 중심에 서 있는 역할이기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이직에서 저는 리스크관리팀, 어카운트 매니저팀, 비즈옵스팀 등 처음 협업해 보는 역할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처음부터 각 팀의 R&R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훨씬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나는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적응의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주어진 업무를 잘 해내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개별 테스크에 매몰되고, 팀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PM의 역할은 팀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내가 PM으로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와 구조를 가진 조직인지도 중요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조직에서는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PO 리더와 함께 이직하게 되었고, 그분을 통해 제 회의 태도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보여주려고 애쓰다 보니, 회의에서 꼭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오히려 엉뚱한 말이 나올 때가 있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맞는 말이었습니다.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괜히 무언가를 말해야 할 것 같아 발언하다 보면 오히려 신뢰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해도 돼요.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미팅 이후에 후속 논의를 제안해 주세요."
이 피드백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태도가 팀 내에서 신뢰를 얻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라데이션 님의 글: 바뀐 조직에서 빠르게 신뢰 얻는 법>을 읽으며 이 생각에 더 확신을 얻었고요.
앞으로는 이직 초기 한두 달은 ‘압박감에 의한 발언’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충분히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하는 습관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고,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괜찮다는 걸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직이라는 건 새로운 조직에 ‘나’라는 사람을 다시 태워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은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PM이라는 직무에 대해 훨씬 더 입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빠르게 잘하려 하기보다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새로운 조직에서의 적응은 여전히 어렵고, 매번 새롭게 배워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PM이란 직무는 결국 ‘관점’과 ‘관계’를 다루는 일이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행착오들이, 다음번 조직에서는 더 나은 시작점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