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라데이션 Dec 29. 2024

바뀐 조직에서
빠르게 신뢰를 얻는 방법

2주일 + 1.5개월 + 3개월의 법칙


이제 4년 차가 되었지만, 연차에 비해 이직을 많이 한 편이고 그만큼 여러 조직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바뀌기도 했고 계열사가 바뀌기도 했으며 팀이 바뀌기도 했다.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편에 오히려 즐기는 성향도 있어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기도 했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빠른 적응이 있었다.


내가 5년 뒤 그리고 10년 뒤에는 저렇게 조직에서 인정받고 제품의 방향성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PM 한 분과 PO 한 분이 있다. 그중 한 분이 말씀 주셨던, 조직에서 처음 적응하는 규칙 중 '2주일 + 1.5개월 + 3개월의 법칙'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 규칙을 듣고 보니, 나도 본능적으로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서 그렇게 기간을 쪼개서 활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규칙이 어떤 규칙이고, 조직에서 빠르게 적응해 나감과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처음 신뢰를 얻으면 좋은 것들


처음 신뢰를 얻으면 이후에 일하는 것이 쉬워질 수밖에 없다.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저 사람이 판단을 하는 것은 대부분 맞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한다거나, 한 번 정도 틀리더라도 "그래도 저 사람이 다음번에는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반응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신뢰를 얻으면 이후에 협업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혼자 일할 수 없는 직무인 만큼 여러 이해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도메인 자체가 너무 낯설고 잘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빠르게 내가 잘 해낼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다. 


예를 들어, 지금이야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VAN과 PG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지식이 없는 상태였던 적이 있다. 그래서 하나의 VAN사당 수 십장에 달하는 문서들을 다 읽었다. 모든 커맨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각 커맨드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파악했다. 또, 맡게 될 역할이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 업무 진행을 위해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오갔는지나 어떤 맥락으로 멈추거나 진행되었는지 등을 파악하면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다. 몇 개월치 슬랙과 노션 문서를 정독하고 나만의 언어로 정리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보였던 것 같다. 


초반에 적극적이었던 그 모습에 대한 평가는 퇴사할 때 알 수 있었다. 커피챗을 하면서 함께 일했던 팀원 분들이 말씀주시 길, 그분들이 기억하는 나는 "적극적이고, 잘 모르더라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덕분에 일을 할 때도 좀 더 내가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높여주시기도 했고, 일할 때 큰 충돌 없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러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2) 2주일, 작은 기여를 만들어내기


첫 2주일은 바뀐 조직에서 적응하기에 가장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일을 바로 시키는 기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작은 기여를 만들어내는 것을 추천한다.


큰 기여는 필요하지 않다. 그렇게 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동안의 문서를 꼼꼼하게 본다거나, 일하는 프로세스에서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발견해 내는 것도 충분하다. 이러한 히스토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온보딩을 해주는 것 외에 더 많은 질문을 하고, 함께 협업하는 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다. 


이 시기에 나는 팀이 새로 세팅되는 단계여서, 워크스페이스를 다듬었다. 산재되어 있던 여러 문서들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고 바로 참고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팀의 목표나 팀이 현재 하고 있는 업무들의 프로세스가 더 잘 보이도록 배치했다. 협업이 정말 많은 팀이었고 병행해서 진행되는 업무가 엄청나게 많은 팀이었기에, 이 문서는 이후 타 팀과 협업할 때도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3) 1.5개월, 작은 성공을 만들어내기


1.5개월이 되었을 때는 내가 맡은 역할에서 작은 성공 혹은 좀 더 큰 기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크게 뭔가 이뤄낼 수 있어도 좋지만 온보딩 후 첫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되었을 시기일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권한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맡은 역할에서 잘 해내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강점을 잘 녹여내서 보여주는 것 정도면 충분하다.


나의 경우에는 나름의 방식으로 PON (= Problem, Opportunity, Solution)을 정리했다. 외부인이 조직에 들어올 때 하나의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신선한 시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제품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나, 경쟁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지나, 어떤 식으로 개선시키면 좋을지 등에 대해서 정리해서 공유했다.


중요한 것은, 작은 기여에서 시작해서 업무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내고, 적어도 팀원들이 "오, 저 사람은 뭔가 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실제로 뭔가 좋아지게 만들었는데?"라는 평가를 할 수 있으면 된다. 




(4) 3개월, 작은 도전을 달성해 내기


그렇게 1.5개월을 보냈다면, 3개월 차가 되었을 때는 주어진 업무 외에 무언가를 제안하고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다. 그렇다고 마찬가지로 큰 것을 해낼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잘 해내면서 조직이 겪고 있는, 하지만 해결하기에는 여유가 없는 무언가를 해결해 내면 좋다.


이 시기에 우리 팀은 조직의 거의 대부분의 팀과 협업해서 프로세스가 딱딱 진행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딜레이가 생기면 뒤의 모든 업무가 밀리는 상황이었고, 각 팀 사이에서 조율하는 존재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현재 상태와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들에서 어떤 팀이 어떤 역할까지를 담당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서 위클리 미팅을 진행했다. 매주 상태를 점검하고, 그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이슈가 생길 것 같다면 기꺼이 Project Manager 역할도 수행했다. 덕분에 이러한 프로세스가 이후 정형화되어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외에 가능한 기여는 조직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스터디를 한다거나, 전사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든다거나, 업무 효율을 증가시켜 줄 수 있는 슬랙봇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크지 않다. 하지만, 달성해 낸다면 팀원들이 "덕분에"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얻은 신뢰는 쉽게 깨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조직에 가서든 만들어내고 싶은 강점이자,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적극성과 구조화"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3단계에 걸쳐서 만들었기에, 조직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하려고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조직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직의 특징이나 분위기에 너무 맞지 않는 수준으로 무언가 해내려고 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조직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그 조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나 해야 할 것의 딱 120% 정도를 해보자. 처음 팀에 온보딩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적응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