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질 듯한 밤하늘 아래, 나는 조용히 존재를 배웠다.

by Grey

호주의 밤하늘은 이상하리만큼 또렷했다.
마치 우주가 이 지점만큼은 특별히 선명하게 보여주기로 결심한 것처럼.
도시의 빛조차 닿지 않는 이곳에서,
별들은 쏟아질 듯 머리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다 태우고 나서도
그 하늘을 한참이나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말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두 이름 없는 점들이었지만,
어느 하나도 허투루 빛나는 별은 없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였을까.’
늘 바쁘고, 늘 조급했던 날들 속에서
나는 고개를 들 여유조차 없이 살아왔던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저 별들 중 하나쯤은, 내 별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갈 작은 점일지라도
나에겐 지금껏 버텨낸 시간들,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걸음들,
그 모든 것들이 응축되어 있는 하나의 빛.


나는 늘 나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왔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무언가를 남기지 않으면 존재조차 증명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 속에서.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꾸만 이것저것 시도했다.


하지만 별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자기를 설명하지도, 증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며
있는 그대로 빛날 뿐이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지금의 나를 조용히 위로했다.


부족한 대로 살아온 나도
어쩌면 별 하나쯤은 가질 자격이 있지 않을까.
무너지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면서도
끝내 걸어온 그 시간들로 인해
빛을 얻은 하나의 점.


그래서 나는 오늘,
저 별들 사이 어딘가에
나의 별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 별은 지금도,
말없이 나를 닮은 빛으로
이 밤을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오늘을 통과해
묵묵히 내일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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