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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균 Dec 21. 2022

'못생긴 건축'을 둘러싼 두 시선(1)

누가 건축적 미추를 결정하는가 - 중국의 사례

작년 이맘때, 중국의 한 건축 관련 사이트에서 '가장 못생긴 건축물'을 뽑는 설문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관련 뉴스 기사) 혹시 이 설문에 단순히 미추를 가리는 것 이상의 의도가 담겨있음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의 아이콘이 될 건물은 중국 기업이 지어야 한다'는 이유로 미국 겐슬러 사의 건설 계획을 승인하지 않는다거나, '중국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베이징 시 당국이 이미 절반 이상 지어진 건물의 설계를 변경할 것을 요구한 중국의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건축가들은 시 주석이 이 같은 설계 가이드라인을 직접적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며, 2016년경을 기점으로 단순히 서양의 디자인을 답습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비로소 중국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발전적 계승'이라는 논지다.


하지만 지금 호평을 받고 있지 않은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추후에 얼마든 재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소 식상한 에펠 탑의 사례까지 들고 오지 않더라도, 행정부에서 어떤 것이 '옳은' 건축인지 정의하려는 시도 및 실제로 시공에 관여한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며 그에 동조하는 이 설문 또한 일종의 공범이다.

렘 쿨하스가 설게한 베이징의 CCTV 본사 건물. Source: CTBUH

2013년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는 렘 쿨하스가 설계한 베이징의 CCTV 본사 건물을 '최고의 고층건축물'로 선정했다. 그리고 다음 해, 시 주석은 CCTV 본사와 같은 기괴한 건물이 베이징에 더 이상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가, 어떤 자격으로 인간의 건축적 상상력과 그것의 구현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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