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균 Dec 21. 2022

'못생긴 건축'을 둘러싼 두 시선(2)

못생긴 건축은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가 - 벨기에의 사례

이전 글에서 '가장 못생긴 건물'을 선정하고 자국의 건축 문화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언급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못생긴 건물을 꼽아 정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를 속편 격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벨기에의 Hannes Coudenys는 어릴 때부터 자국의 건축 양식을 탐탁치 않아했다고 한다. 이리저리 뒤죽박죽인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생각은 여전했는데, 어느 날 '(우리나라 건축이 원래 요상하긴 하지만) 이건 정말로 이상하다' 싶은 건물을 만났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그는 'Ugly Belgian House'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그런 인상깊은(?) 집을 아카이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못생긴 건물' 사진 수집은 10년 동안 이어졌고, 이윽고 작년 가을에 동명의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건물 중 하나. Photograph: Kevin Faingnaert/More Ugly Belgian Houses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 주인과 건축가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는 않아, 총 500여 곳의 '컬렉션' 중에서 50곳만 지면에 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작가로 하여금 종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깨달음의 과정이기도 했다. 한때는 그저 못생긴 것으로만 보였던 요소들이 알고 보니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건축 문화가 예술적 감수성의 결여에 기인한 것이 아닌, 주변 환경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전위적 도전의 결과물이었다는 나름의 의미를 찾으며 책을 마무리짓는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비슷한 설문이지만, 못생긴 건물을 꼽는다는 시발점을 빼고는 완전히 다른 두 시선과 행보. 어떤 쪽을 따를지는 우리 사회의 담론에 달려있다.

작가의 이전글 '못생긴 건축'을 둘러싼 두 시선(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