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스버그(Alexandra Daisy Ginsberg)는 건축 및 디자인을 전공하고 Royal College of Art in London에서 아트 인터랙션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예술가다. 처음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E. chromi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유전적인 공정을 거친 E. coli(대장균)이 함유된 프로바이오틱 요거트를 개발해, 사람이 복용할 경우 가지고 있는 질환에 따라 대변의 색이 변하도록 했다. 이른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이 프로젝트 이후, 긴스버그는 영국 NSF와 EPSRC의 지원을 받아 합성미학(synthetic aesthetic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미 멸종해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꽃의 향기를 재현하는 것이다. 고고유전학자, 생물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꾸려진 연구팀은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멸종한 Hibiscadelphus wilderianus Rock, Orbexilum stipulatum, Leucadendron grandiflorum의 세 가지 꽃을 선정해 남아있는 표본에서 DNA를 추출해 꽃의 향기와 연관된 효소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을 복원했다.
Hibiscadelphus는 식민지가 건설되면서 무분별한 목장 설립으로 망가진 하와이의 자연환경을 대표한다.오하이오 강 유역에 군집을 이루던 Orbexilum은 댐이 건설되면서, Leucadendron은 당시 남아공 식민지에 넓게 개간된 포도밭에 밀려 사라졌다. 멸종된 이유는 가지각색이나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그 원인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이 들꽃에 비해 '유용하다'고 판단한 무언가의 가치를 앞세운 것이다.
지구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이 꽃들의 흔적은 이제 스위스 베른의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한 몇 군데의 시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 공간은 우리가 흔히 아는 자연사박물관의 디오라마와 사뭇 다르다. 모조 털과 플라스틱을 덧붙여 인공적으로 재현해낸 동물 모형 대신 우리에 갇힌 동물의 심정을 느낄 수 있게끔 막다른 유리상자 안에 제 발로 들어가도록 짜여진 관람 동선, 그리고 한때 식물이 살다 간 흔적만이 남아있는 바위가 있다. 그리고 그 상자는 우리 곁에 잠시 머무른,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떠나보낸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기술과 자연은 일견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으로서는 합일을 추구해야 하는 본연의 두 가치 체계다. 긴스버그가 그랬던 것처럼, 인류세를 성찰하게 하는 도구로써의 생명공학은 그 합일을 향해 나아가는 길목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