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로 살아간다

자유는 어렵지만, 나는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by Grey Hoo

요즘은 선택이 쉽지 않다.
아니, 선택은커녕 그냥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벅찰 때가 많다.
하고 싶은 일은 분명한데,
그걸 향해 당장 달려갈 수 없는 사정들이 너무 많다.

돈, 관계, 책임, 기대, 그리고 내가 놓지 못한 것들.
‘자유롭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세상은 꽤 정교하게 잘 짜여 있는 구조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나는,
늘 어딘가 비켜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실존주의는 말한다.
인간은 자유롭다고.
"네가 하는 일이 곧 너 자신이다."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그 일이 곧 나 같다고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

내가 이런 삶을 원한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말을 하는 나조차
결국 지금의 삶을 선택한 셈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자유는 있으되,
그 자유는 언제나 비용이 든다.
그리고 그 비용이 버거운 날엔
나는 나 자신을 잠시 미뤄둔다.
살아남기 위해서.




“너의 감정, 선택, 삶의 방식 모두 시스템의 산물이다.”
그 말이 가끔은 편하다.
내가 이렇다는 게
나 하나의 문제는 아니라는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기호가 아니라, 구조 위의 점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감정으로 버텨내는 사람이다.

뭔가 말로 설명되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계속 ‘살아 있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 작게라도
내가 원하는 쪽을 바라본다.

아직은 못 가도,
조금 늦어도,
내 방향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기계처럼 딱딱 움직이진 못해도,
나는 나를 조금씩 밀고 나간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변화 없어 보여도
나만 아는 속도와 타이밍으로
나는 나로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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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어렵다.
선택은 고통이다.
하지만 그 안에,
살아 있는 나가 있다.

나는 그걸 놓치고 싶지 않다.
내가 아직도 나라는 증거는
그 안간힘 속에 있으니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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