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그 말이었다.”
STN – 2025.06.27
1. Sensing – 감정 감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 나는 퇴사를 고민 중이다.
일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에 있는 한 사람 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숨이 막히고 토할 것 같은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 사람의 태도나 말투, 기운이 내 몸을 긴장시키고,
하루하루가 소모되고 있다.
정리도 하고, 공간도 다듬고,
오늘은 나름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자기 전 남자친구와 통화하다가
기분이 완전히 뒤틀렸다.
“사람을 싫어하면 너만 힘들다고 했잖아.
근데 지금 너도 사장 싫어하잖아.”
말은 툭 던지듯 나왔지만,
그 말은 내 안에 정리해 놓았던 감정을 통째로 무너뜨렸다.
순간, 화가 났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그저 앞뒤 다른 말을 하는 모순적인 사람처럼 보였겠구나 싶었고,
그게 너무 불쾌하고, 속상했다.
2. Thinking – 감정 해석
나는 그 여자가 ‘싫다’고 표현한 적은 있지만,
그 감정의 본질은 미움이 아니다.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괴로운 구조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성격이 안 맞는다거나,
기분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신체적인 증상까지 동반될 만큼의 강도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이걸
자기 직장 동료랑 성격이 안 맞는 이야기처럼 대했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 끌고 와
“결국 너도 똑같네”라는 뉘앙스를 만들어냈다.
물론 직접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말이, 그 말이었다.
그 말엔
내 감정을 정면으로 보는 대신
논리 싸움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태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감각만 남았다.
3. Narrating – 감정 구조화
오늘 내가 화를 낸 건
‘사람이 싫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필사적으로 감정을 정리하고 있고,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랜 시간 쌓여왔는지
— 그걸 너무 쉽게 다루는 태도에 화가 난 거다.
남자친구는 본인도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비슷한 예를 들었지만,
**나는 지금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는 상태’**고,
그건 단순한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같은 얘기로 묶일 수 없다”는 걸
정중하게 설명할 마음도 사라졌다.
나는 분명히 선을 넘은 말을 했고,
그건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지우는 말 앞에서는
때로 그만큼의 날카로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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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지키고 싶었던 건
정리된 하루나, 예쁜 마무리가 아니었다.
이해받지 못해도, 내가 나를 지키는 태도
그게 오늘의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