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이별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부제: 퇴사를 앞두고 문득 떠오른, 지나간 관계에 대하여
어젯밤, 동생과 통화를 했다.
대학교 시절부터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던 내 친구가 곧 엄마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동생이 SNS에서 우연히 봤다며 알려주었다.
축하한다는 말보다 먼저 든 생각은, ‘아, 이제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었구나’였다.
나는 과거에 오래 머무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퇴사라는 변화를 앞두니, 지나온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 같다.
어제 들은 그 소식은, 서랍장 깊숙이 묻어둔 낡은 앨범을 우연히 꺼내본 기분이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의 한 시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한 친구들이 있었다.
20대에는 같이 함께 놀러 다니고 학교와 학원에 다니며 미래를 고민하기도 했고, 30대 초반에는 주말마다 운동이나 여행을 함께했다.
크게 특별할 건 없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공유했던 사이.
그렇게 35살쯤까지 우리는 삶의 여러 길목을 함께 지났다.
언제부턴가 거리가 벌어졌다.
누군가 결혼을 하고, 사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조금씩 멀어진 것 같다.
명확한 다툼이 있었다면 기억하기 쉬웠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멀어짐은 오히려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내가 축의금을 너무 적게 냈나, 무심코 한 말이 문제였을까.
지금 돌아보면 부질없는 생각들이지만, 당시엔 수없이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결정적인 순간을 하나 꼽자면, 어떤 날짜를 제시해도 주말에는 ‘바쁘다’며 평일에 휴가를 낼 수는 없냐고 묻던 친구가 주말에 다른 친구를 만났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그것도 여러 번.
그때 느낀 건 서운함보다는, 안갯속을 걷다가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아, 우리의 시간은 여기까지구나.
그렇게 선이 그어졌다.
어른의 이별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무런 예고 없이 다가와, 우리가 함께 쌓아 올린 시간을 조용히 과거로 만든다.
차라리 싸웠다면 감정이라도 남았을 텐데, 서서히 바래져 가는 관계는 더 큰 공허함을 남긴다.
D-112.
내가 퇴사를 통해 떠나보내는 건 회사만이 아닐지 모른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시간들, 그리고 그 속에 있던 관계들과도 작별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친구들을 원망도, 미련도 아닌, 그저 지나간 시간의 한 페이지로 넘긴다.
그리고 다시 현재에 집중한다.
과거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만날 인연들에게 충실하는 것.
마흔두 살의 내가 내린 가장 현실적인 결론이다.
소리 없이 멀어진 모든 것들에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안녕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