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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카뻘의 소년을 응원하게 되었다.

by Grey Hoo

부제:여전히 길을 헤매는 내가, 소년들의 여정을 보며


어른이 되면 더 이상 길을 헤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길 위에서 두리번거린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내 자리와 방향을 찾는 중이다.


​그런 요즘,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적은 즐거움이 생겼다. 나의 새로운 취미는 바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 2’를 보는 일.


사실 시즌 1은 보지도 않았고, 이번 시즌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마주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갔다. 십수 년 만에 마주하는 상큼한 얼굴들의 향연은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회사의 막내가 92년생이고, 내 곁에 변변한 자식이나 조카도 없는 나에게, 저렇게 반짝이는 소년들은 낯설고 신기한 존재다. 낯섦은 이내 흐뭇함으로 바뀌었다.

꿈 하나를 위해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무대 아래에서는 장난기 가득한 소년이지만, 조명이 켜지는 순간 눈빛이 바뀌는 그 찰나를 집중해서 보게 된다.

땀 흘리는 청춘은, 세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눈부신 법이다.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문득 나도 한때 저렇게 꿈을 향해 달리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 이 아이들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나 언제 이렇게 늙었지?’


어느덧 TOP 24라는 정예 멤버만 남았다.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아이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걸 보며, 단 8명만 데뷔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이 재능들을 이렇게 흘려보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최소 두 그룹은 데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오지랖 넓은 생각도 해본다.(어련히 알아서들 나중에라도 잘 데뷔하고 스타가 되지 않겠나?ㅎㅎ)


그중에서도 특히 한 아이의 그릇에 놀랐다.

실력, 외모, 인성까지 빠지는 구석이 없는 아이였다. 리더가 아님에도 누구보다 솔선해 무대를 준비하고,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묵묵히 역할을 맡는 모습은 그를 응원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외친다. 나의 ‘최애’를 향한 간절한 응원.


“동규 UP! 동규 UP!”


다음에는 또 어떤 레전드 무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오늘도 비밀스럽게, 설레는 마음으로 TV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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