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진보’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진화’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적응’으로 요약될 수 있다. 변화무쌍한 자연에 맞춰 변화하며 적응하는 일종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진보’란 ‘정도 또는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지는 것’으로, 발전 또는 성장과 비슷한 의미로 통용된다.
언뜻 두 단어는 같은 의미를 지닌 것처럼 보이나, 뉘앙스에 있어 차이가 있다.
진화에는 ‘퇴보’가 동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은 진화 과정에서 시력이 퇴보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심해에서 시각의 필요성이 사라지자, 시력을 포기하고 다른 감각과 기관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생존전략이 탄생했다.
이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진보는 퇴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진보는 주변 환경과의 관계성이 중심이 되는 진화와는 달리 과격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주변 환경과 타협하며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높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주변을 정복하고 파괴하는 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진화와 진보의 결정적 차이는 ‘방향성의 유무’다. 진화는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저 자연의 흐름에 맞춰 적응할 뿐이다.
그러나, 진보는 방향이 뚜렷하다. 그렇기에, 내가 설정한 방향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배척하고 파괴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진화적 사고와 진보적 사고 모두 필요한 사고방식이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 하는 가치판단을 내릴 필요는 없으며, 어느 한 쪽의 사고방식에 지배당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 어떤 사고방식을 취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