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과 충전 사이

by 진담






명절을 앞둔 주말, 서울 한복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왁자한 웃음과 말소리로 가득한 곳에서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났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지만, 내 안의 에너지는 점점 바닥을 향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나도 모르게 휴우,깊은 숨이 흘러 나왔다. 아아, 시끄럽고 복잡한 것들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빨리 조용한 곳으로 가 쉬고 싶다. 오래된 휴대폰처럼 나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100 퍼센트 완충 상태로 호기롭게 집을 나섰지만 밀려오는 여러 자극 앞에서 금세 바닥을 치고 만다.


언젠가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 싸여 있는 시간이 즐겁고 헤어진 뒤의 기분 좋은 피로감이 싫지 않았던 때가. 보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 약속을 잡았고, 때로는 시끌벅적한 곳에서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 속에서 에너지를 얻었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내게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에너지를 얻는 일이 아니라 쓰는 일이 되었다. 함께 일 때보다 혼자일 때 나는 편안했고, 가장 나다웠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이제 관계 속에서 충전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은 여전히 소중하다. 그러나 나는 얼마 되지 않는 내 에너지를 더 중요한 곳에 쓰기로 했다. 바로 나 자신에게.







"A-41번 고객님, 주문하신 클래식 밀크티 나왔습니다."

직업적이면서도 경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 사람들은 이 시간이 즐거울까. 까페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다 음료를 받으러 일어난다.


겨울 햇살이 깊게 들어오는 창가 구석 자리로 돌아와, 작지만 고요한 나의 세계를 껴안는다.

이곳에서 나는 다시 채워진다. 다이어리를 펼치고, 좋아하는 펜 뚜껑을 연다.


충전 시작, 완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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