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싱잉볼 명상, 바디스캔, 이완 호흡법, 잔잔한 수면음악. 수면에 좋다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지만 효과는 없고, 오히려 영상을 재생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환한 스마트폰 불빛이 잠을 더 밀어낸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한데, 마음만 긴 밤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누운 채로 그렇게 두세 시간을 뒤척이다 보면 다가올 내일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 이젠 좀 자고 싶다.' 의미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려 본다.
안 되겠다 싶어 침실에서 비척 비척 걸어 나와 거실 소파로 자리로 옮긴다. 벽에 걸린 둥근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키는 걸 바라보다 책장으로 시선을 옮겨 잠 못 드는 밤에 어울릴만한 책을 한 권 집어든다. 두께는 얇지만, 단단한 양장본의 책을 펼쳐 한 두 장 넘기다 이내 덮어 버린다. 무거운 머리와 침침한 눈앞에서는 좋은 글도 까만 건 글씨, 하얀 건 종이일 뿐이다.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겨울밤의 정적을 깨고 잠든 내 귓가에 밀물처럼 스며들던 찹쌀떡 장수의 정겨운 외침이 떠오른다.
"찹쌀떠억,메밀묵~"
찹쌀떡과 메밀묵 사이에는 늘 숨을 고르는 틈이 있었다. 그 단조롭고도 규칙적인 리듬을 들으며, 누군가 찹쌀떡을 하나 사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 소리가 어둠 속으로 아득히 멀어질 즈음이면 눈꺼풀에 조용히 잠이 내렸고,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곤 했다. 잠귀가 밝은 내 귀에 그 소리는 소음이 아닌 감미로운 노래였고, 하루가 저물어 가는 것을 알려주는 정겨운 신호였다.
소음 하나 없이 환한 불빛만 남은 밤 앞에서, 나는 문득 그 외침을 떠올린다. 나의 밤은 그때보다 더 고요하고, 편안해졌는데 무엇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걸까. 그 따뜻한 수면 유도제를 어디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