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휴대폰으로 수신된 이메일을 확인하며 밥을 먹다가
문득 어떤 시 하나가 떠올랐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어떻게 햇살을 받는지
꽃들이 어떻게 어둠을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 조은《언젠가는》-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음식에만 집중해 보기로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먹을 때는 그저 스쳐 지나가던 맛들이 하나씩 입안에 남는다.
밥알은 서로 기대지 않고 또렷이 서 있다.
한 알 한 알 고요히 씹힌다.
봄동은 그냥 봄동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힌 계절이다.
막 무쳐낸 봄동의 풋내와 쌉싸름한 향이
밥의 온기와 섞여 입안에 은은하게 번진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하면서 먹고,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너무 많은 것을 함께 하느라
지금 내 앞에 있는 '단 하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