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가 말입니다.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받을 돈 확인하는 느낌으로 다시 영을 세었다. 분명 2천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하루 만에, 처음 쓴 글이 조회수 2천을 돌파했다는 알람이다. 밥 챙겨 먹이고, 애 픽업하러 뛰어다닌 동안 2천 명 넘는 분들이 시간 들여 클릭을 해 주신 것이다. 진심으로 눈물나게 감사했다.
내 글이 세계 최고(?)라서 클릭되었다고 생각은 안 했다. 열심히는 썼지만 2천 개가 넘는 손가락이 클릭한 것은 내 손가락을 떠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오늘의 운세가 궁금했다.
나한테 수(물)가 좋긴 좋구나.
내 필명에도 ‘수’를 넣었을 정도다. 사주에 물의 기운이 한 방울도 없어서 탄수화물 충만한 빵을 물 없이 삼키는 인생이었다고 하면 적당할까. 설 익은 밀가루 날리는 텁텁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오늘의 운세는 시원한 물 한잔을 허락했다. 사주팔자는 이해하기 쉽도록 자연을 빗대어 설명하는데 그중 나에게 없는 기운은 수(물)이다. 수가 부족할 때 인생이 얼마나 퍽퍽해지는지 보자.
우선 상대의 마음을 잘 못 읽는다. 간절히 상대를 관찰하며 마음 읽어보지만, 난센스 퀴즈 답하듯 엉뚱하게 해석하고 확신한다. 또 융통성이 떨어지고 불안이 높아서 364일 정도는 더 피곤하다. 지금 쓴 것만 봐도 고구마 100개 먹은 답답함이 밀려와 숨 크게 물 벌컥 마시고 싶다.
이런 명리 공부를 시작하며 몇 가지 힘든 단계를 거쳤었다.
Step 1. 철학관에 가서 들었던 내 사주랑 완전 딴사람이라 속은 기분이 들었다.
내 사주를 분석하면서 그동안 철학관에서 듣기 좋은 얘기만 했구나 싶은 배신감이 느껴졌다. 물론 이해는 간다. 안 그래도 힘들어서 갔는데 듣기 싫은 단점만 나열하면 누가 또 가고 싶을까 싶지만, 이제 거기 안 가고 싶은 내 마음도 이해해줘야 할 것이다.
Step 2. 내 사주를 파헤치며 분노했다.
티끌 같은 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인생 괴롭게 만드는 모난 성깔과 나쁜 운만 100배 확대되어 마음속을 쓸데없게 잘 채운다. 80살까지 운의 흐름을 보다 보니 인생 마침표를 이미 본 것 같아서 힘들었다.
Step 3. 주변 사람의 사주를 보며 질투와 부러움을 마구마구 날렸다.
내게 없는 복을 가진 지인들을 부러워하며 불쌍한 사람 코스프레에 심취했다. 예전에 밥 사준 친구가 복 많은 친구인 것을 알고 나니, 고마워하며 얻어먹었던 밥이 갑자기 배속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핀다. 인간관계 다 끊길 위험도 모르는 채 사주 좋은 사람들에게 얻어먹으려 다녔다.
Step 4. 그러다 이런 성깔의 내 옆에 있어준 가족과 친구에게 민망해지기 시작한다.
내 마음에도 별로인 모난 나와 함께 해준 가족과 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받아주고 옆에 머물러 줬던 시간들이 이제야 기억났다. 민망함에 또 괴로워져 몇 달 넘게 이불킥 했던 것 같다. 내가 나만 바라보느라 옆에서 힘들었을 그들에게 감사함이 늦었었다.
Step 5. 내가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저렇게 복 많고 성격 좋은 사람들이 내 옆에 있어 줬다는 것에 갑자기 끼리끼리를 슬쩍 꺼내며 나도 괜찮은 사람 아닐까 라는 호기심을 가져 본다.
적고 보니 오늘따라 더 융통성 없이 답답해 보이지만, 저 과정을 지나온 것에 창피한 마음을 앞서는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참 고통스러웠는데, 그래야 비로소 내 장점도 인정할 수 있는 순서가 온다는 것에 Step 6라고 이름 붙여 본다.
제목 사진 : Pixabay의 Bianca Van Di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