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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Oct 30. 2023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2014년 10월 30일 오후 11:57

   미국 소설이라고는 어윈 쇼우의 ‘야망의 계절’을 수 십 년 전에 읽은 것뿐이었다. 줄거리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세로쓰기로 출간된 것과 주인공이 성공해 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일본의 개화기에 학원을 다니면서 출세해가는 류의 성공 소설과 비슷한 느낌만이 남아 있다.(야망의 계절은 갑수가 빌려 준 책인데 그냥 두고 보라는 말에 누렇게 변한 상태로 책장에 꽂혀 있지. 아마도 내가 되돌려 줄 시간을 놓쳤기 때문에 그냥 두고 보라고 한 듯하다.)     


   분노의 포도를 읽기 전에는 포도를 鋪道로 여기고 있었다. 실은 포도(Grapes)다. 저자 존 스타인 백은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에덴의 동쪽’의 저자라는 것도 이제서 알게 됐다. 분노의 포도는 1939년에 출간돼서 1940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작가)이고, 1960년에 노벨상을 받은 것도 분노의 포도 덕분이니 존 스타인백의 대표작이라.     


   살인죄로 7년의 형량 중 4년을 마치고 가석방된 톰 조드(아버지와 이름이 같다)를 주인공으로 소설이 시작되는데 톰이 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분위기를 떠올린다. 황량한 대지, 흙먼지를 가득 품은 바람, 뜨거운 태양, 그늘 없는 도로 등등…….

   고향 오클라호마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톰의 가족(할아버지, 할머니, 임신한 아내를 돌보지 못한 죄책감에 베풀기만 하면서도 죄책감을 평상 안고 사는 큰아버지, 여자를 밝히는 동생 앨, 루티와 윈필드, 사론의 로즈(로저산)와 허풍쟁이에다 무책임한 그의 남편 코니, 모자란 장남 노아, 그리고 어머니, 목사였던 케이시……. 그들이 흉년에다 빚을 얻어 쓰고 빚을 갚지 못하면서 트랙터를 가진 지주와 은행에게 쫓긴다. 인부를 구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가나안 땅으로 여겨지는 캘리포니아로 가기로 결정하기까지 가족 내에서 남자들의 역할이 컸지만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를 지나 모하비 사막을 건너 이주하면서 고물 트럭이 말썽을 부리긴 하지만 고속도로를 타고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이후로는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에서 여성, 어머니의 결정이 진퇴를 가른다.

   캘리포니아는 전단지에 소개된 것처럼 과수 재배가 성하여 일자리가 넘치고, 겨울이 없이 기후가 좋은 가나안이 아니었다. 이윤을 최고 가치로 삼는 산업자본주의가 넘쳐나 지주와 영농회사, 은행 등이 노동력의 과잉 공급을 유도하고 노동의 단가는 삶의 기본적 수준까지도 미치지 못하게 책정한다.

   가족의 끼니를 때우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족끼리 격려하고 의지하며, 공동체를 구성하여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지키며, 자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지켜내는 것임을 말하려는 듯하다. 어쨌든지 복숭아 농장, 목화농장을 옮겨 다니며 최저의 품삯으로 목숨을 부지해가는 소설의 중반이후를 읽으면서 구한말 간도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쫓겨 갔던 고려인들의 이주 상황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넉넉하지 않았으리라.


   고향을 떠나며 뿌리가 단절되는 과정, 오클라호마에서 서부 캘리포니아로 가는 이주과정, 캘리포니아에서 살아가고자 뿌리를 내리려고 처절하게 삶을 사는 과정에서 인간이 무너지는 과정도 묘사한다. 임신한 아내를 버리고 떠나간 코니, 이주과정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떨어져간 노아, 자본의 노예가 되어 이주민을 갈취하고 핍박하는 또 다른 이주민과 폭력.     

   폭력에 희생된 케이시와 또 다른 살인죄로 쫓기는 톰. 작가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내면 형성에 밀물 같은 영향을 준 케이시를 이렇게 슬프게 만들었는지…….

하지만, 그 모습에서 자본의 이윤에 대한 노동자의 단결이 가난한자 들의 힘일 수밖에 없음을 말하려는 듯하다.     

   신보다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는 목사 출신 케이시, 어려운 고비마다 톰을 지지하고 가족을 이끄는 어머니, 자신의 몫을 다하는 큰아버지 존, 국영 천막촌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로자산이 출산할 때 도와준 이웃 등을 통해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인간에게 희망을 가져야한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특히 사산한 이후에 성숙해지 로자산이 어머니의 눈빛을 읽고 굶어 죽어가는 노인을 위해 가슴을 열고 젖을 먹이는 마지막 장면은 감상적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성숙, 존엄을 생각하게 한다.     


   대공황기의 미국 사정, 프런티어 정신이 자본에게 무참하게도 쓰러져가는 상황을 보여준 분노의 포도는 민음사에서 2008년 1판 1쇄로 나왔고, 내가 읽은 것은 2013년 1판 20쇄로 나온 것이다. 1권은 본문 484쪽, 2권은 본문 497쪽 분량이다. 전문번역가 김승욱님이 번역한 것이다. 매끄럽게 번역됐다.    

 


브런치북 <그 책, 좋아> 구독 작가님의 브런치를 읽는 다고 시간을 쓰다보니 정작 퇴근후 내가 책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게으른 것이다. 하여 2014년 10월 30일 오후 11:57 딱 9년 전 오늘 써둔 독서노트를 공유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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