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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11. 2023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긍정하는 태도를 가지라 한다. 긍정이란 태도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다. 때로는 ‘하면 된다’라는 식으로 무엇인가를 뽑아내거나 달성하려는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플로리시>의 저자 마틴 셀리그만은 긍정심리학의 필두이고, <미움받을 용기>를 쓴 아들러도 같은 맥락이다. 결이 다른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은 오늘은 최악이었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 모른다고 말한다. 철학사에서 염세주의라고 부르나 쇼펜하우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의지를 갖고 살자는 이야기다.     

   


   

   소제목만 봐도 하려는 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수는 그저 숫자일 뿐, 많다고 정의가 아니다.”,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착각”, “인생에서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판단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아라.”, “내가 강해질수록 나는 더욱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진다.”, “잘못된 독서는 나쁜 친구와 어울리는 것보다 나쁘다.” 등은 이해를 위해 덧붙인 말이 필요 없다.     

   “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은 “나는 ‘나’로 존재한다.”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출발점이자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풀어놓은 의지다. 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는 아내를 데리고 나가려고 애쓰는 나에게 그럴 필요 없단다.

   ‘장수’를 가진 자에게나 다스리는 자에게 징계라고 보거나 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라는 관점은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할 수 있다거나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라는 문장보다 통념을 넘어선다.

   “신의 은총에 인생을 던지고 싶지 않다”와 “왜 주심은 항상 분노하고 계시는가?”, “나는 타인에게 필요한 물건이 되길 거부하겠다.”라는 선언은 첫 문장과 궤를 같이한다. 

   “가진 자들의 머릿속에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노동을 전가하는 계획밖에 없다.”는 자본주의를 통찰한 문장이다.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방법은 소문이라며 나의 불행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따라 적과 동지를 구분하라 한다. 이외에도 국가, 교육, 성장, 인생, 죽음, 종교, 독서, 우정 등을 다룬 아포리즘을 풀어놓았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의지’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설파한 대로다. ‘표상’이란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마음속에 그리는 것이다. 인식에 대하여 존재하는 세계는 ‘나의 표상’ 즉 보인 세계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그것을 인식하는 주관은 의지이며, 표상으로서의 현상세계를 낳게 하는 원인이 되는 사물 자체가 곧 의지라고 하였다. 쉽게 말하면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이 본 것이 진짜라는 말이다. 휘둘리지 말아라.  쇼펜하우어 철학에서도 동양의 신독(愼獨)을 만난다. “사람들이 나를 보지 않더라도 정직할 것”이라고 소제목이 달려있다.  죽음의 공포가 철학의 근원이고, 종교란 죽음을 앞둔 우리에게 주는 잠시의 위로라고 한다. 인간 삶은 기껏해야 두 종류로 권태에 시달리든지, 고통에 시달린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의지를 믿어야 하며 그러면 인생은 두려울 이유가 없다. 유물론이 간과한 진실은 인간이 가진 ‘의지’를 가볍게 여겼다는 점이다.  질문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철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그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인세와 저작권 침해 금지라는 두 가지 법률이 현대사회에서 문학을 문학 이하의 위치로 끌어내린 원인”으로 판단하며, 부를 목적으로 지식을 습득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지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이 주는 충격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출판사의 카피와 “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 모른다.”라는 문장이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의 결정판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의지’를 갖고 자신의 현재를 살아 인생을 만들자는 선언으로 들린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탓하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매몰되어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책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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