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istory of Thought and Invention, from Fire to Freud
생각의 역사 Ⅰ(불에서 프로이트까지)은 미주까지 1,191쪽 분량이고, 생각의 역사 Ⅱ(20세기 지성사)는 1,297쪽 분량이다. 생각의 역사 Ⅰ만 정리한 것이 12,000자로 양이 적지 않아 오늘부터 5회에 걸쳐 공유한다. 메모가 새롭고 기존의 지식을 확인하거나 관점을 바꾸게 하는 등 의미 있는 내용 중심이라 이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으나, 나는 아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책값은 각권 45,000원이다.
제3부 역사의 경첩 : 유럽의 질주
페르낭 브로델은 「지중해의 기억」을 통해 유럽이 성공한 요인으로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 곡물의 효용성, 기후를 꼽았다. 핵심 논거는 지리가 원료, 도시(시장), 교역로를 지배했다는 사실이다. 그 발전이 왜 가속화되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서양의 성장에 앞서 동양의 몰락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몽골의 쇠락으로 육상, 해상 교역로의 핵심 고리가 사라졌다. 베네치아가 몰락하고 제노바가 떴다. 제노바는 대서양이라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전해진 등자와 화약은 기사계급의 성장과 몰락에 이바지했다. 농민에 대한 영주의 권력을 최종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기사의 몰락이 아니라 14세기 흑사병에 따른 인구의 위기였다.
서양에서 학문이 발달한 이유 중에는 11세기 말경 유스티니아누스 법전, 즉 로마법 대전이 재발견된 것도 있다. 덕분에 법적 체계, 새로운 법학 관념이 생겨 논쟁과 토론을 통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관념으로 이어졌다. 유럽 특유의 대학 탄생에는 집단적 지식의 관념이 바탕에 깔렸다. 12~13세기에 유럽의 질서와 문명이 세워진 세 가지 토대는 신학, 법, 교양과목이었다. 증명되지 않은 주장이긴 하나 11세기에서 13세기가 되어 개인주의와 내면 지향성이 켜졌고, 유럽 발전의 가속화가 진행된 ‘경첩의 시대’였다고 본다.
제4부 아퀴나스에서 제퍼슨까지 : 권위에 대한 도전, 세속적 사고, 근대 개인주의의 탄생
“봉건제는 봉건시대의 용어가 아니다. 17세기에 만들어져 몽테스키외가 즐겨 사용했고, 카를 마르크스가 채택한 용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 사상에 내포된 여러 가지 의미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으나 천지창조, 아담, 최후의 심판, 신의 섭리, 성육신, 속죄, 부활을 부정하는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정통교단은 이를 우려했다.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서 묘사한 부분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볼 수 없음과 있으므로 운명이 갈린다)
14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필기체가 개발되면서 단어가 분리되고 구두점, 장 제목, 전후 참조와 같은 장치들이 생겨났다. 독서의 방식도 낭독에서 숙독으로 바뀐다. 인쇄술의 발달이 가져온 변화로는 정확성의 표준, 종교 개혁의 확산, 인문주의의 승리를 꼽는다. 라틴어는 서서히 사용이 줄어 마침내 17세기가 되면 죽는다. 그 뒤 프랑스어가 과학, 철학, 외교용 언어가 되었다. 인쇄술은 유럽을 통합했던 라틴 문화의 파괴를 초래했다.
1450년경 이탈리아 중북부 도시들의 학교는 거의 다 인문학을 가르쳤다. 교육의 초점은 독서, 설득력 있는 편지 쓰기, 시, 역사 등 중세 교육과정에 없었던 새로운 주제였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의 시기에 2년 동안 셈법을 익혔다. 핵심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200가지 수학 문제(무게와 도량형, 환전, 동업할 때 나누는 수익의 문제, 대출과 이자, 복식 부기 등)를 공부했다. 인쇄서와 숙독의 독서법이 도입된 것은 개인주의의 완성이었다. 개인주의와 부가 자본주의의 탄생에 이바지했는지, 아니면 그 자체가 초기 자본주의의 산물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두 가지는 근대적 생활방식의 첫 번째 요소가 되었다.
예술 분야에서 15세기에 여러 혁신이 있었다. 유화의 기법과 원근법(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의 소재다)을 사용한다. 사실성을 향상하는 데는 해부학연구, 자연에 대한 친화력이 영향을 주었다. 그림은 신의 찬미보다 흥미를 끄는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예술의 역사 -경제적 접근」를 읽으면 자세한 내용을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다.) 중동의 새로운 악기들이 유럽에 전해졌고 특히 바이올린이 큰 인기를 끌었다.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는 같은 날(1616년 4월 23일)에 죽었다.
콜럼버스 이전에 아메리카에는 주화, 도덕적 일신교, 실험의 관념, 문자의 일반화, 바퀴, 돛배가 없었다. 유약 도기를 만들지 못했고 현악기도 없었다. 이런 까닭에 경제 발전이 제약되었고, 통상과 잉여의 축적이 불가능했다고 본다.
과학 혁명은 그리스도교의 발흥 이래로 모든 것을 능가한다.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조차 내적 변동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부터 144년 뒤 1687년 뉴턴이 「프린키피아」(매거진에 서평 있음)를 펴낼 때까지 과학 혁명은 자연의 이해를 근본적이고 항구적으로 변화시켰다. 태양 중심적 천체관, 만유인력의 발견, 빛, 진공, 신체, 미생물의 이해에서 중요한 진보가 있었다. 코페르니쿠스,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오는 과학 혁명의 영웅이며, 혁명의 결과 중 하나는 하늘이 땅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프린키피아」는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존경을 받는 과학 문헌”(p.696)으로 간주한다. 물질의 질량과 밀도, 관성이라 부르는 ‘내재적인 힘’을 찾아냈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프리드리히 2세는 1231년 “인간 인체의 해부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의사가 될 수 없다”라는 포고령을 내렸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이 곧 덕이라고 여겼지만, 베이컨은 지식이 곤 권력이라 여겼다. 17세기말에 이르러서야 실험의 중요성이 인정되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1687년 이후의 연구를 읽고 평가할 수 있다. 1543년 이전의 문헌을 이해하는 것은 역사학자의 몫이다.
스피노자에 대한 평가가 놀랍다. 근대성의 탄생에 핵심적 인물로 본다. 철학, 성서 비평, 과학 이론, 신학, 정치사상을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사상의 변화를 촉발했다고 본다. 그 결과로 계몽주의가 터져 나온 것이다. 조너선 이스라엘은 「급진적 계몽주의」에서 스피노자를 뉴턴,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루소, 벨, 홉스,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종합하는 인물이며 아퀴나스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평가한다.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에서 내놓은 「스피노차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를 다시 읽어야겠다)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초반에는 ‘독서의 혁명’이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17세기 초 약 400종의 책이 발행되었으나 1630년에는 6천 종, 1710년에는 2만 1천 종, 1790년에는 5만 6천 종으로 급증했다. 18세기 독일에서는 학자라는 말에서 교양인이라는 말로의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17세기 상상력에 가장 큰 충격을 가한 관찰은 갈릴레오가 목성의 둘레를 도는 네 개의 위성을 발견한 것이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기는커녕 무한한 우주 속에 있는 수많은 천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신을 반대하는 논증은 종교에 국한하면 신앙의 쇠퇴를 초래했으나 더 넓게 보면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를 낳았고, 근대 과학, 근대 경제학, 근대 정치학의 토대를 닦았다.
16~17세기에는 부자에게나 빈민에게나 여가를 즐기는 주요 활동이 독서보다 음악이었다. 18세기와 19세기 초반에 독학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회고록을 보면, 문화와 처음 접촉하게 된 계기는 거의 예외 없이 천로역정, 성서, 실낙원, 로빈슨크루소를 통해서였다. (p.765)
“1745년 하일랜드 반란에서 1789년이 프랑스혁명까지 5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에든버러는 서유럽의 지성계를 지배했다.”(이는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THE GEOGRAPHY OF GENIUS」에서도 상세하게 언급한다) 계몽주의 시대인 18세기의 특징은 자연과학의 방법과 방식을 처음으로 인간에 적용하려 한 데 있었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은 커다란 진보를 이루었으나 인문과학은 대폭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서양의 정신은 18세기에 등장했다.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고, 절대군주제가 민주주의적 선출 정부로 바뀌고, 산업사회의 상징인 공장의 발달이란 세 가지 요소가 만들어낸 것이다. 리카르도, 벤담, 맬서스 모두 산업사회 노동자에게 냉혹한 면을 보였다. 산업혁명의 장기적 효과는 세계가 평화를 누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서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평화가 이익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내일 끝으로 5부를 공유할께요.
"여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서평"이 브런치북 <그 책, 좋아> 21~30화까지 10편이 있습니다.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