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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Nov 26. 2023

왜 유럽인가?

   이 책을 읽으며 가르치는 사람은 폭넓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학부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까닭은 서구학문에 토대를 둔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로운 정보와 데이터가 쌓이고,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가 핵심내용이다.

   1500년경까지 유럽은 중국이나 이슬람 세계의 학문, 기술, 생산성과 비교하면 뒤졌다. 이런 주장은 19세기 20세기 서양 지식인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서양이 서양 이외의 다른 세계에 비해 우월하다는 의식을 드러내지 않는다. <왜 유럽인가?>는 세계사의 변화패턴을 살펴보고, 부유한 지역은 언제나 부유하고 가난한 지역은 언제나 가난한 것이 아니다는 주제를 여러 가지 자료와 연구로 입증한다. 

   ‘종교가 사회를 통일시킬 때 사회는 정체 또는 퇴보한다’, ‘지리상의 발견이 중국과 인도를 쫓아가려는 유럽의 시도에서 출발하였다.’, ‘산업혁명이란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생산방식이 변화됨으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증기엔진이 200여 년에 걸쳐 혁신되면서 자연에서부터 벗어나 기계에너지를 생산하게 된 것으로 정의하여야 하며, 이는 혁신을 통해 지속할 때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면 유럽의 현재 지위와 누려왔던 20세기의 지위는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과 이슬람 세계, 인도가 과거의 놀라운 수준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유럽(영국)이 산업혁명을 주도한 데에는 교류를 통한 지식의 수용과 융합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적 사고가 이바지한 바가 크다는 주장이다. 중등학교 시험에서 출제하는 세계사 수준에서 이런 관점은 찾을 수 없다.      


   혁신이 사회를 유지, 발전하게 하는 데 중요하다는 주장은 20세기 이래로 제조 기술혁신을 시작으로 경제 영역을 벗어나 모든 영역에서 강조하는 분위기다. 혁신이란 잣대로 동양과 서양의 흥망성쇠를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시작한 연구 결과가 있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으리라. 세계사를 여러 기준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기까지 얼마나 연구했을까. 학교 교육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공부는 학교를 떠나서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같이 책을 내려면 이런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학문이란 평생을 한 분야를 파고들어도 될 듯 말 듯한 것이다.     


   좋은 책이 주는 행복감에 취하는 봄날이다.    

 

    P.S. 2012년 메모를 수정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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