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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Dec 05. 2023

2차 대전 때 미국이 싸운 독일과 협력도 했다면 믿어?

원제 : BIG BUSINESS AND HITLER

약 5,000자로 조금 길지만 흥미 있을 거예요. 약속해요.


   『군사학 논고』부터 『갈리아 전쟁기』, 『카이사르의 내전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까지 서양의 전쟁에 관한 기록을 읽으면 전쟁을 전개하는 과정이 중심이지 왜 전쟁을 시작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특히 『역사의 원전』은 전쟁 중이었던 일부의 기록을 나열하는 유별난 기록이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블랙 호크 다운,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 위워 솔저스, 라인언 일병 구하기 등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손에 꼽는 영화다. 역사는 왕조사, 경제사 문화사가 주류겠지만 미시사에 주목하는 연구도 있다. 밀덕이 선호하는 영화나 미시사 연구는 ZOOM IN의 관점으로 전쟁과 역사를 본다. 나태주의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는 표현처럼 ZOOM IN 하여 세상을 보는 것이 ZOOM OUT 하여 보기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ZOOM OUT 한 책은 비교적 각주와 참고문헌이 방대하다. 이 책은 60여 쪽이 달하는 주와 참고문헌으로 교과서에서 배운 것, 영화가 다룬 것과 다른 차원의 관점을 보여 준다. 거대 기업가, 금벌(金閥), 재계로 부를 수 있는 자본은 전쟁에서 수익을 크게 얻기에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종전보다 전쟁의 지속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전쟁을 만든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면(사실이라 판단한다), 스메들리 버틀러가 서술한 “전쟁은 사기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밑줄치고 메모한 내용이 많은 까닭은 기존의 관점과 다른 각도, - 2차 대전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와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는 전체주의 파시즘과 나치즘의 대결, 혹은 식민지를 갖지 못해 산업화의 한계에 직면한 독일과 이탈리아의 도발이 빚은 거라는 – 에서 서술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문맥상 자본주의의 속내를 까발리는 내용이 적지 않아 이데올로기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장 폴 사르트르가 “부자들이 서로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 그로 인해 죽는 이들은 빈자이다.”라 말한 것도 이 책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대 자본가들은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세계 평화라는 이상을 위해 노력한다. 전쟁을 통해서 더 높은 수익이 생긴다면, 그들은 주저 없이 전쟁의 신 ‘마르스’를 숭배할 것이다. 


   미국 자본은 초기 단계에 히틀러를 지원했다. 미국 기업들의 공급이 없었다면 히틀러의 전격전은 결코 실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포드는 쾰른에 있는 포드-베르케라는 자회사에서 자동차를 생산 공급했다. 미국 자본가들은 독일 자본가들이 나치스에 협력했던 사실을 용서하고 또 망각함으로써, 자신들이 협력했던 사실 또한 스스로 용서하고 은폐했다. 전쟁이 미국의 대기업과 대형은행에 믿을 수 없는 만큼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저자는 지구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미국 재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독일과 미국의 기업과 은행, 즉 양국의 재계가 히틀러와 맺은 관계를 고찰한 것이다.     

   열등 민족이란 용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진화 심리학』,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에서 밝힌 사실이다. 우생학은 미국에서 독일로 수출된 개념이다. 히틀러가 유대인과 집시를 상대로 갖은 비극을 저지르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히틀러의 재무장 프로그램은 수익을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한 것이다.

   독일의 역사학자 클라우스 가울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들은 1933년에 주당 평균 42.9 시간을 일했지만, 나치가 통치하던 1939년에는 47시간 이상을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전쟁 기간에는 56~58시간 정도 일해야 했다(p. 138) 2023년 한국 주당 69시간이란 정책변화 시도는 어떤 의미인가? 

   독일 재계가 히틀러의 집권을 도운 것은 사회주의 노동당 당수라는 ‘벼락출세한 천박한 인간에게 활용가치가 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기득권층, 가톨릭교회, 공산주의에 대한 우려를 한 사람들이 판단 주체였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 모른다. 1930년대~40년대 유럽대륙 모든 나라의 대자본가들은 파시즘에 매혹되어, 파시스트의 집권을 돕고, 파시스트 정권이 추진한 퇴행적인 사회, 경제 정책, 범죄, 전쟁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달려들었다.     

 

   미국은 1차 대전 기간 은행과 기업 금고에 산더미처럼 쌓인 자본을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미국 언론은 다수의 미국인을 상대로 베르사유 조약에 대한 히틀러의 비난은 정당하다는 식으로 독일 친화적인 관점에서 보도했고독일과 미국 자본의 상호 진출 규모는 방대했다대다수 미국인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혐오했으나 미국 재계의 주요 인사들은 파시즘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산 진영애 맞서는 자본주의 진영의 부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헨리 포드, 듀폰 가문, 록펠러 가문’ 등 수많은 미국 기업가에게 심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히틀러의 재무장 프로그램은 기업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었고 미국 기업의 독일 자회사도 노다지를 공유할 수 있었다. 히틀러가 전쟁을 준비하며 비축한 석유의 상당량은 미국 석유 트러스터가 공급했다. 포드의 포디즘을 통한 트럭 생산, 고무공급, 여러 기업의 엔진 부품, 크랭크축, 자동 조종장치, 자이로스코프 나침반, 대공 방어용 기술 등의 장비가 판매되었다. 미국의 대공황을 끝낸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p. 241)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성공 결과가 아니란다. ‘루스벨트(독일식 로젠 펠트)보다 히틀러’라는 소제목을 달아 미국 기업가들이 히틀러를 좋아하고 높이 평가한 이유는 헨리 포드의 지독한 반유대주의, 미국의 우생학적 조치, 미국 재계의 반사회주의, 반유대주의, 반마르크스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쟁에 필요한 많은 차량과 비행기는 제너럴모터스와 포드의 독일 자회사에서 생산되었다. (p.258) 통신장비, 기관총도 독일 내 미국 자회사에서 생산하였고, 필수 원료인 석유와 고무의 비축도 지원했다. 미국의 조력이 없었다면 히틀러가 원했던 전쟁 기간에 필요한 탱크, 비행기, 트럭을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기대여법(LEND-LEASE)에 따라 미국은 영국에 전쟁 물자를 신용으로 제공할 수 있었고영국은 이 막대한 빚은 2006년 12월 29일에야 완전히 갚을 수 있었다. (P.269) 역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일본의 배를 채워주는 일임이 명약관화하다. 미국 대기업과 은행가들은 히틀러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계가 원한 것은 전쟁이 가능한 한 오래가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지켜보며 쉽게 끝나지 않을 거로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은 1941년 11월에 소련과 무기대여 협정을 체결했다. 저자는 ‘소련의 승리는 미국의 대규모 원조 덕분이다’에 대한 논란을 제기한다. 이렇게 알았었다. 미국의 원조는 소련의 전쟁 물자 총생산량의 4~5%에 불과했고, 이것도 전쟁 후반기에 영향을 미쳤으며 소련은 이미 경화기와 중화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소련군이 2차 대전에서 가장 많이 죽어간 것은 사실이다.      


   히틀러가 1941.12.11.(진주만 기습은 1941.12.7.) 미국에 선전포고했다미국 기업들의 독일 내 투자는 어떻게 되었나상식에 반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미국 기업들이 독일 내 해당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실제로는 나치스가 미국 기업의 지사 공장을 몰수한 적도, 미국 본사가 통제권을 완전히 잃은 적도 없단다. 미국 기업들은 포르투갈, 스페인, 스위스 등 중립국 내 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를 유지했다. 전쟁 기간 내내 사업을 평시와 다름없이 진행했다(p.285)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은 적국 영토에 있는 자신의 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관리자의 적절한 관리를 받고 있으며, 전쟁이 끝나면 온전하게 반환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나치스도 국제자본주의 체제의 성문율과 불문율을 존중했다. 어릴 적 마셨던, ‘환타’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내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시럽을 수입할 수 없자 1942년 노란색 청량음료를 만들었고, 한 영업사원이 ‘환타’라는 이름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 기업의 독일 내 자회사들은 전쟁 중 엄청남 수익을 실현했고, 이 수익은 나치가 아니라 미국에 있는 소유주와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여기에는 포로를 활용한 강제노동력,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원천이 되었었다.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는 “전쟁은 서로 잘 알면서 서로를 죽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살육하는 사건”으로 정의한다. 


   루스벨트는 적국이나 적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립국에서 사업활동을 벌이는 것을 허용하는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독일 내 미국 자회사가 경영하는 기업의 공장은 연합국의 폭격에서 제외되었고, 오히려 전쟁 종료 후 독일 내 자회사들은 소소한 피해에 대해 보상금을 받았다. 트루먼은 스탈린에게 미군이 점령한 독일지역에서는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미국이 독일의 배상금과 관련해 소련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이 소련과 기나긴 냉전을 시작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저자는 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도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한 대가로 영국, 미국, 소련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합의가 깨지면서 일어난 일이니, 국제 정세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맞는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독일 내 최고 수준의 과학자, 기술자, 관리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동부 독일의 브레인들) 수천 명을 서부로 이주하도록 강제했고, 최소 1,600명을 미국으로 이주해 정부 기관이나 대학, 제너럴 일렉트릭과 같은 기업에서 일하도록 배치했다. 이로써 미국은 패전국 독일의 가장 중요한 지적자원을 손에 넣은 것이다.


   히틀러와 협력한 기업들로는 포드, 제너럴 일렉트릭, 아이비엠, 아이티티, 코닥, 코카콜라 등이 대표적이다. 파시스트 독재 정권이 수익을 창출하는 탁월한 도구라는 관점은 전후에도 미국 정부가 스페인, 그리스, 터키, 이란, 대만, 필리핀, 아르헨티나, 칠레, 남베트남 같은 국가의 독재 정권이나 그와 유사한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도 언급된다.      


   책의 결론은 “돈이 말한다(MONEY TALKS)”라는 격언을 언급한다. 독자는 돈이 무섭다. 

   위기는 위험한 고비나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나라가 간접 지원한 155mm 포탄의 양이 유럽에서 지원한 양보다 많다는 뉴스를 보며 ‘그러네’라고 수긍한다. 남과 북이 대치한 상황이 위험하나 이를 대비한 방산업체의 생산이 포탄 수출의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박제조와 항공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올해 상황도 마찬가지 기회가 될까? 미국 록히드 마틴은 이 책이 말하는 『자본이 전쟁을 원한다』라는 문장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이다. 한국의 록히드 마틴이 되도록 꿈꾸라는 유튜버의 희망이 실현 가능할까? 가능할지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기업이어선 안된다. 


  내일은 짧게 <전쟁은 사기다>(WAR IS A RACKET)를 다루려 합니다. RACKET에는 '부정한 돈벌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브런치 북 <그 책, 좋아>에서 전쟁 관련 내용이 있어요.  미국, 독일 제3제국 일본 군국주의를 다룹니다

https://brunch.co.kr/@grhill/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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