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OGRAPHY OF GENIUS
모든 사람이 천재라면 아무도 천재가 아니다.
『본성과 양육』은 프랜시스 골턴(찰스 다윈의 배다른 외사촌 동생이다)의 ‘천재는 유전하는가?’, 드 캉돌(스위스 식물학자)의 ‘환경이 천재를 결정한다’라는 대비되는 문제를 제기한다.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지리학이 아닌 심리학책인 듯 여러 부분에서 심리학의 성과를 인용한다. 현대 심리학이 성공의 99%는 땀이라는 결과에 더하여 천재는 무리 지어 모인다. 왜 군집하는가 질문을 던지고, 천재는 도약을 이끈다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도시는 창조성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8개 지역, 좁혀서 위대한 정신을 길러낸 도시들을 찾아가 어떻게, 왜 천재들이 모이게 되었나를 밝힌다. 예상하지 않은 곳과 예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천재들이 놀던 곳에 간다. 읽기 전에 예상할 수 있는 도시를 떠올리고 시작한다.
▷아테네 : 모네가 <수련> 연작을 발표할 때 미술평론가들이 모네가 시력을 잃어간 결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누군가가 천재인 것은 우리가 천재라고 말해줘서다. 인류가 위대한 도약을 이룬 때는 분열의 시기였다. 아테네의 황금기는 페리클레스 치세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까지 24년으로 짧다. 민주주의, 아고라, 항해술, 열린 마음과 개방적 사고,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건 완전히 심리학 용어다), 타이밍으로 아테네의 창조성을 푼다. 아테네인은 배제와 창의성(투키디데스의 추방)의 행동 양식을 가졌다. 내적 동기(사색)와 외적 동기(폴리스 간 경쟁)가 강했다.
▷항저우 : 송대 수도이니 항저우는 상품과 아이디어의 교차로로 창의성이 넘치던 곳이다. 경이감(놀랄 줄 아는 능력)은 교육심리학의 창의성 요소 중 하나인 민감성의 다른 이름이다. 천재이려면 연습량이 많아야 한다. 다작가여야 한다. 전문화는 시야를 좁게 한다. 11세기 송대의 ‘심괄’을 만난다. 나침반, 무지개 원리, 관찰에 따라 현재 육지는 과거 바다였음을 서구 르네상스 시기보다 300년 앞서 알았다. 2021년에 그의 「몽계필담」이 번역서로 나왔으니 읽어보자.
▷피렌체 : 돈과 천재의 이야기를 엮었다. 피렌체에서 문화에 대한 개방성, 부, 경쟁과 협력, 페스트의 영향, 자유, 불확실성, 불멸의 추구를 찾고 이를 창의적인 도시를 구성한 요인으로 본다. 피렌체 시절 필사한 책 1권의 가치가 오늘날 자동차 1대의 가치를 가졌다. 다음은 범접할 수 없는(서구의 시각이다) 성취를 이룬 피렌체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현대 피렌체에서 살아가는 일은 아테네에서 철학자로 살아가는 일보다 절대 쉽지 않다” “과거는 가르치고 영감을 줄 수 있지만 가둘 수도 있다”
▷에든버러 : 거칠고 메마른 소도시 에든버러가 18세기 서구 지성을 지배했다. 애덤 스미스의 활동, 데이비드 흄, 와트의 증기기관 개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초기 양변기, 냉장고, 자전거, 피하주사, 마취학이 에든버러에서 시작됐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에든버러는 소도시로 활발한 교류와 실용적 개선에 힘썼다. 이발사-외과 의사를 구분해 현대의학으로 변모시키는 데 일조한다. 1789년 에든버러 대학생의 40%가 의대생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플로리다의 창조적 도시의 조건에 의심한다. 상호작용보다 친밀감을 가지니 신뢰가 중요하다고. 18세기말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왕, 의회, 군대, 종교를 뺏기던 불확실한 시대였다.
▷콜카타 : 천재성에 우연의 일치 가능성을 포함하려 한다. 창조성은 앎의 문제가 아니라 바라봄의 문제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콜카타는 런던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책이 출간된 도시였다. 영국이라는 체제의 충격과 잡종 문화를 언급한다.
▷빈 : 음악을 모르는 내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가 선택적 이주한 결과로 빈은 창조적이었다고 본다. 빈은 슬라브인, 헝가리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 프랑스인, 플랑드르인이 뒤섞여 사는 국제적 교차로였다. 게르만인을 언급하지 않는 까닭은 오스트리아는 게르만인이 주민이기 때문이다. 빈의 관용에 주목하는 데 슈테판 츠바이크의 시각을 여러 곳에서 소개한다. 이외에도 불확실성을 주요 요인으로 설명한다. 음악의 도시이기 때문일 거다. ‘청중’도 중요하다고 본다. 츠바이크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로 알게 된 작가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활동한 빈을 소개하며, 이민자의 추동이 빈의 르네상스를 만들었다고 본다. 이민자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하므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인지적으로 유연하다. 이민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꿈의 해석』 초판이 300부만 팔렸다니 글 쓰는 사람들이여 희망을 버리지 말자. 빈은 책에서 두 개의 장을 할애한다.
▷실리콘밸리 : 지능과 천재성의 관련성은 낮다. 낙천성, 기후, 많은 아이디어가 죽고 박살 나는 교차로, 약한 유대관계의 힘 등을 창조적인 도시의 요인으로 골라낸다.
현대 도시경제학자 ‘리차드 플로리다’ 가 연구하는 주요 관심사는 창조도시다. 기술(Technology)·인재(Talent)·관용(Tolerance·톨레랑스) ‘3T’가 창조도시를 이루는 핵심요소라고 주장한다. 지식·기술이 보편화한 사회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창의성이며, 경영·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산업 종사자도 창조계급에 포함된다. 창조계급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글을 쓰는 작가는 플로리다의 기준에 따를 때 창조계급의 구성요소 중 하나다.
에릭 와이너는 플로리다의 창조도시를 구성하는 3T 중에서 기술과 재능은 창조의 원인이 아닌 산물로 보고, 창조적인 장소의 특징을 무질서(disorder), 다양성(diversity), 감식안(discernment)이라는 3D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역사 속 천재의 발상지를 다녀온다.
저자 에릭 와이너는 투머치토커다. 마르셀 푸르스트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정독하려니 와이너의 의식과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지루하다. 간결하게 쓴다면 500여 쪽 분량이 반으로 줄일 수 있을 텐데..... 아무튼
P.S.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2018년 문학동네에서 본문 509쪽 분량으로 내놓은 번역서다. 2023.1.14.(토)에 쓴 글을 일부 보완하여 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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