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IS A RACKET 라켓은 ‘부정한 돈벌이’라는 의미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자, 백성의 삶이 중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지도자, 참모를 잘못 둔 지도자일 것이다. 역사는 영토 확장 욕구, 민족 간 대립, 종교의 차이 등 여러 원인으로 전쟁을 치렀고 고통을 겪었다. 강대국이 약한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는 국가 정책 방향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스메들리 버틀러는 미군 장교로 수십 년간 군에 복무하여 해병대 최고의 훈장, 미국 의회가 주는 최고 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군인이다. 미국 스페인 간 전쟁, 중국 의화단 운동진압, 니카라과 등 중남미에서 미국의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터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가 여러 차례 강연한 내용을 정리해 『전쟁은 사기다』(WAR IS A RACKET 라켓은 ‘부정한 돈벌이’라는 의미)로 내게 왔다.
버틀러는 19, 20세기에 벌어진 전쟁, 특히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벌인 전쟁을 되돌아보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반전 평화주의자의 입장에서 강연을 벌였다. 미국뿐 아니라 소련, 중국, 일본, 영국, 독일 등 강대국이거나 강대국이었던 모든 나라에 반성을 요구한다. 물론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버틀러는 파나마, 온두라스, 니카라과, 멕시코,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같은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에서 미국이 벌인 점령 및 내정 간섭 작전에도 참여했다. 흔히 ‘바나나 전쟁’(1898~1934)이라 불리는 이들 작전의 목적은 플랜테이션으로 열대 과일을 재배해서 수출하는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nited Fruit Company) 같은 미국 영리 기업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과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이득까지 챙기려고 했다. 이러한 간섭 행위는 1898년 스페인-미국 전쟁으로 시작해서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대통령의 선린 외교 정책과 아이티로부터의 철군으로 끝났다.
퇴역 후 버틀러는 카리브해에서의 기업 활동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미국 기업들과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자기네 이권을 위해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한 것도 비난했다. (중략) 현역으로 있으면서 ”자본주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았던 버틀러는 퇴역 후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위에 맞서 미국 헌법상의 기본 원칙을 널리 전파하는 연설가로 변신했다. 1930년대에 그는 미국 700여 개 도시를 돌며 1,200여 회의 연설을 한다. 그는 기업들의 전시 부당이득 취득,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 등에 반대한 거리낌 없는 연설로 전국적인 명성과 지지를 얻었다.”
“전쟁은 사기다. 쉽게 가장 큰 이득을 남길 수 있는 사기다. 이득은 달러로 계산하고 손실은 인명으로 계산하는 유일한 사기다. 이득을 보는 사람은 기업, 은행가들이다. 전쟁 빚을 가장 많이 갚은, 즉 전쟁 이득을 가장 많이 제공한 사람들은 바로 군인이다. 버틀러는 전쟁 사기를 없애려면
하나, 전쟁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
둘, 무장을 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참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셋, 우리 군사력을 자국 방어용으로만 제한해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미국 윌슨 대통령이 소집한 자문단에서 연합국 위원회 수장의 발언을 보면 전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연합의 동기는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여러분(미국 은행, 미국 군수품 업체, 미국 공장, 미국 투자업체, 미국 수출업체)에게 50억 또는 60억 달러를 빚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쟁에 패하면(그리고 미국의 도움 없이는 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그 돈을 갚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독일도 갚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쟁은 사기다』 는 2013년 6월 1판 1쇄, 본문 144쪽으로 [공존]에서 펴냈다. 그제 브런치에 소개한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와 함께 읽으면, 자본이 행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도서출판 부키에서 내놓을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도 맥락이 전혀 다르지 않을 듯하다. 세 권의 책을 읽는다고 미국과 친하니, 반대하느니 짐작하거나 판단할 일은 아니다. 정확하게 보려는 의도다. 『미국, 제국의 연대기』는 아주 흥미롭고,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도 재미있다.
P.S. 2016년 3월 14일 월요일에 쓴 글에 사족을 덧붙인다.
https://brunch.co.kr/@grhill/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