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충덕 Dec 13. 2023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글

   이 책을 살 때, 일본의 저명한 독서가, 저술가는 어떤 책을 읽었을까 궁금했다. 제목에서 밝힌 것처럼 답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저자의 책 읽기 목록이나 순서 등을 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책을 읽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다양한 길이 있음과 저자의 넓고 깊은 독서력에 감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읽은 책이 학창 시절 읽은 책 전부가 아닐까. 시골, 절대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 자란 탓이라는 큰 핑계와 사춘기를 보냈던 중학교 시절,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할 바에는 공부에 그리 힘쓸 일이 없다는 자조적인 판단과 방황 속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고, 졸업만 하면 발령받을 수 있었던 임용시스템에 기대어 살아오면서 젊었을 때(20대) 책을 읽지 않고 보낸 시간이 보통 아쉬운 게 아니다.   

  


   

이 책을 한국에 낸 2001년에 61세였으니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올해 75세(2015년 기준) 일 것이다.

문예 춘추사에 30개월 다니다가 26살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직장 생활하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퇴사한다. 그리고는 책을 읽는다. 개인 소장 도서가 3만 여권이다. 살려고 집을 사기보다는 책을 보관하려고 집을 산 사람이다. 원고료 대부분을 책을 사는데 투자한다.

   인터뷰해야 하거나, 어떤 주제를 선택해서 원고를 쓸 때 최소 10여 권, 많게는 3~4m 높이로 쌓아둘 만큼의 책을 먼저 읽는다. 이처럼 넓고 깊게 토대를 가지고 있으니 어느 누가 저자를 가볍게 볼 것인가?     

   저자의 책 읽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생각지 못했던 독서에 대한 그 만의 철학(?), 경험치에 근거한 기준을 만난다.


“인간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모든 문명은 원초적인 순수한 지적 욕구, 즉 어찌 되었든 알고 싶고 조금 더 알고 싶다는 근원적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인 독서,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독서로 나눌 수 있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과거 지의 총체라는 것은, 인간 지의 운용을 하나하나 계통수로 그렸을 때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든 것을 제거하고, 현대의 지와 관련 있는 주류만을 선별하여 그것에 대한 최신 보고서를 읽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무의미하게 고전만을 고집하게 되면 현대의 지와 직접 관련된 주류를 간과할 우려가 크다.” 즉 “ 과거의 지의 총체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공산당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조직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 집중제(민주주의적 중앙집권제)’라는 것이 있는데. 비록 ‘민주’라는 말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독재 체제다.” (내가 아는 한 전교조가 이런 회의 방식을 취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첫머리에 나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알려고 하는 욕구가 있다.”라는 명제는 인간의 본성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수업을 통해 얻는 지식보다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얻는 지식이 훨씬 많다.” 당연하다. 고전적인 입문서에서 명저를 찾는다.

“관련 분야의 책을 읽는 일에만 몰두하여, 한 달 정도 지나면 그 학문 분야의 대체적인 개요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스무 권쯤.


내 경우는 아직 몇 년을 더 넓고 얕게라도 읽어야 한다.

“독학은 위험하다.”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p. 81~8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메모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메모를 위해 다시 한번 읽어라

서평, 북 가이드에 현혹되지 말라

주석을 빠트리지 말고 읽어라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번역서나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서재의 조건: 바깥 세계와 동떨어져 있고, 좁으며, 기능적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책과 만남은 결국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스스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관련 서적을 10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 한두 권으로 끝내는 독서법은 버려라.” 마침내 대작을 읽었다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되도록 빨리 가려내어, 읽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단호하게 멈추는 것이다.”

“읽기 어려운 책을 전부 읽어 보겠다고 몇 번 도전했다가 도중에 그만두는 것보다 몇 번이고 가볍게, 대략적으로나마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 결국은 그 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1995>와 <내가 읽은 재미있는 책 재미없는 책 그리고 나의 대량독서술 경이의 속독술, 2001> 두 권의 저술 중 부분 부분을 번역한 것이다. 이언숙 님이 옮기고 청어람미디어에서 2001년 1판 1쇄가 나왔고, 나는 2014년 12월에 1판 31쇄, 본문 306쪽 분량으로 나온 것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도 나는 아직 내 분야를 정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나는 박학의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20일 오후 10:27 쓴 글을 일부 수정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rhill0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