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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Dec 21. 2023

천년의 내공

   저자 조윤제는 “왜 새벽을 어른의 시간이라고 하는 걸까?”라고 묻고 답한다. “새벽이란 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하루를 가늠하는 시간이다.” “어른이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그 확신에 책임을 지는 내공을 갖춘 사람이다.” “새벽 공부는 천 년을 이어온 깊은 성찰과 마주하며, 재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세월을 버티며 얻은 주름과 그 안에 스며든 시공의 더께들이 쌓인 삶의 무게, 내공.” “이제 어른이 될 시작이다.” 여기까지는 <천년의 내공> 도입부 서술이다. ‘폐문 독서’라 이름 짓고 새벽에 책을 읽는 나는 격하게 공감한다. 


   들어가는 글에서 격(格)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지’라 풀고, 오바마가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인용한 <맹자>의 한 구절 “산속의 작은 길도 많이 다녀야 큰 길이 되고, 잠시만 다니지 않으면 금방 풀이 우거져버린다”를 예로 든다. 

   치(治)를 ‘주변을 장악하고 길을 제시해 주는 깊이’라 풀고, “곤궁에는 운명이 있음을 알고, 형통에는 때가 있음을 알고, 큰 어려움에 부닥쳐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인의 용기다.’라고 자로의 물음에 대한 공자의 대답을 예로 든다.

   기(氣)란 ‘단 한마디로 가로질러 제압하는 단단한 힘’이라 풀고, 후진타오가 부시의 오만을 꾸짖으려 “반드시 산 정상에 올라 뭇 산들의 자금을 굽어보리라”라고 인용한 답사를 예로 든다. 멋지지 아니한가?     

   

   말에 필요한 세 가지로 격, 치, 기를 가진다는 것은 내면의 힘이 있음을 말한다. 전공 지식이나 교양 상식을 뛰어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과 사람을 읽는 통찰력과 오랜 경험과 수련으로 쌓아온 호연지기를 내공(內功)이라 부른다. 

   <천년의 내공>은 중국 석학 지셴린이 중국 고전에서 뽑아낸 148개 문장 중 90여 개를 풀어주는 책이다. 다 익힌다면 경계가 한 단계 오른다고. 저자는 새벽은 내공을 쌓기 좋은 어른의 시간이라 말한다. 매일 조금씩 익히고 외우라는데 나는 하루에 읽고 새겨둘 문장 70개를 골랐다.     

 

   격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지

   대장부의 절제와 비굴하지 않음은 스스로 당당한 공명정대함에서 나온다. 마흔이란 나이는 따르는 자리에서 이끄는 자리로 올라서는 시기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스스로 더 부족하다고 느낄 때 더 노력하게 되고, 어제의 나보다 더 강한 내공을 갖출 수 있다. 삶이란 내 것이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삶을 대할 때 걱정과 어려움이 나를 살게 하고 안락함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말을 떠올려 경계해야 한다. 원대한 꿈 이루기 위해서는 그 꿈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담금질을 감내해야 한다. 부만 있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철학 없이 부자가 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면 한계가 없는 부의 추구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어른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여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올바른 배움이란 뛰어나지 않은 사람에게도 배울 점을 배우는 것이다. 존중이란 구걸하듯 억지로 얻는 것이 아니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초연한 어른이 되기는 어렵다. 다만 오늘을 차곡차곡 쌓아 가면 어제보단 나아진다. 어른이란 먼저 등을 보여주고 길을 여는 존재다. 예상을 깨는 배려의 말은 큰 선물이 된다. 어려울 때 그 사람의 품격과 힘이 드러난다. ‘격’이란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본다. 듣는 내가 열려 있다면 모든 사람의 말은 옳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그의 발전을 기다려준 어른이 있다. 타인과 마주 본다는 삶의 진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나로 통한다(기소불욕 물시어인, 역지사지, 혈구지도 기독교 황금률 :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장량의 계책, 소하의 군수지원, 한신의 승리만 못했으나 그들을 알아보고 능력을 발휘하게 했던 유방이 최종 승자다. 사람이 내는 소리가 곧 말과 글이다. 박수 칠 때 떠나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다. “장강의 뒷물결은 앞 물결을 재촉하고, 세상의 새사람은 옛사람을 쫓는다.”위로는 충고가 아니라 고백과 공감이다.      


治 주변을 장악하고 길을 제시해 주는 깊이

   한 번의 확신하기를 위해 만 번을 준비한다.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도전하는 것이 힘이다. 위대함은 흔하고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시도해야 한다. 만 번을 준비할 수 있었던 고수의 비결은 즐거움이다.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관찰하면 해답이 보인다. 객관적 시각과 몰입은 공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이루고 싶은 이상이 있다면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 바다의 신 약若이 황하의 신 하백河伯에게 했던 충고를 기억하라. 우리가 스스로를 제한하는 세 가지는 활동하는 무대, 살고 있는 시간, 우리가 아는 지식의 한계다. 제한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소한 타협으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가치는 도덕이다. 매우 급한 상황일수록 휘둘리지 말고 휘둘러야 한다. 인맥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어른이란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가진 당당한 존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先憂後樂과 같다. 우리는 고난에 처해 있을 때나 좋은 상황에 부닥쳐 있을 때 이러한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고난에서는 절망하고 좋은 상황에서는 안주한다. 하지만 고난도 반드시 끝나기 마련이고, 행운의 뒤에는 위기가 온다.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보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학문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성인은 자기 일과 직업에 도움이 되는 전문지식을 얻는 공부와 자기성찰과 자기완성을 위한 인문 교양 공부가 필요하다. 받아들인 다음 내 것으로 소화해서 쏟아낼 수 있어야 공부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용기가 어른의 지혜다. 어제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움이다. 배움이란 단순히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배움으로써 스스로 변화되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공부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덕목이다. 조선의 왕은 경연을 통해 신하들과 함께 공부했다. 공부란 나의 뜻과 일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정진하는 과정이다. 좋은 문장은 수많은 좋은 글들을 흉내 낸 끝에 다져진 경지다. 퇴계의 “낮에 책을 읽었다면 반드시 밤에는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라”는 사색이 중요하다는 거다. 평안할 때 위기를 말할 수 있어야 어른이다. 말은 미래를 부르고 사람의 그릇을 결정한다. 단단한 의지를 품고 있다면 인간은 꺾이지 않는다. 위기는 인간의 바닥을 들여다볼 기회다. 전체의 결정이라는 말은 리더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다. (마쓰시다 고노스케)     


氣 단 한마디로 가로질러 제압하는 단단한 힘

   분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분노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 분노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노련하게 화를 낼 줄 아는 것, 그것이 내공이다. 조직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적은 내부 있기 마련이다. 꾸짖음의 목적은 나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상대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타협하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인간이다. 무례를 꾸짖을 때는 당당한 기세를 담아야 한다. 작은 불의를 양보하면 큰 불의를 불러들이게 된다. 고수만이 고수를 알아본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걸러내야 조직이 산다. 비겁함 앞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크게 분노하라.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아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어떤 말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적합한 때가 있다. 성공은 성공할 때까지 반복한 실패의 결과다 비범함은 평범함 속에 있다. 어른이라면 좌우명 한마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말이란 내가 아니라 듣는 사람을 향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엄격하다면 상황에서는 유연할 수 있다. 권위에 대한 맹신은 권위에 대한 부정보다 위험하다. 고수가 되는 지름길은 없다 무어신가를 이루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라. 살아낸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무거운 각오다. 위대함은 목표가 아닌 과정에서 비롯된다.


P.S. 2019.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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