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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Dec 24. 2023

쉽지만 얕지 않은 그리스 로마 신화 1, 2

이윤기 번역

   “헬레니즘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1863년 독일의 드로이젠이 그의 저서 《헬레니즘사(史)》에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영문학을 배운 바가 없으나, 1869년 영국인 ‘매튜 아놀드(Matthew Arnold)가 [문화와 무질서](Culture and Anarchy: An Essay in Political and Social Criticism 제4장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Hebraism and Hellenism)에서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 서구 문명의 가장 근본에 내재해 있는 두 가지 대립하는 전통이라고 보았다.’라고 한다. 서양 문화와 사상의 뿌리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언제 누구에 의해 이렇게 개념 정의됐는지를 확인한다.     

   헬레니즘이란 그리스 사상과 문화다. 그리스의 신화를 이해하는 것은 서양 문화 이해의 첫걸음일터. 천병희 님의 원전 번역으로 그리스 로마의 고전 몇 권을 맛보았으나 신화를 본격적으로 접하진 못했다. 그리고 번역이란 것이 엉성하면 차라리 읽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미루어 두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다가가기로 작정하고 고른 것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다. 단언컨대 재미있다. 물론 천병희 님이 번역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Metamorphoses』를 읽었던 경험과 이윤기 님의 매끄러운 집필(2000년 한국번역가 상 수상) 이 공진화하여 내게로 왔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전 5권 중 1권에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 들어가는 말을 꾸며 그리스 로마 신화 이해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며, 신화라는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위안해 준다. 저자가 뒤에서 짐받이를 잡고 따라가겠다고 약속한다.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가 1권, 2권의 부제다.

   각 장을 신화에서 주제를 정해 신화를 묶어 쉽게 풀어썼기에 중학생 정도라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저자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탄탄한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관련 사진도 넉넉하게 배치하여 신화 이해를 돕고 미술 공부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다시 로마나 파리에 간다면 길거리, 박물관의 작품들을 허투루 보지 못할 것이고, 동료 여행자들이 지루하도록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신화를 황금시대/은의 시대/청동시대/철의 시대로 풀어가는데

신조차도 스튁스(Styx)라는 ‘저승의 강’에 맹세하면 되돌릴 수 없고,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탓에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고, 
인류 최초의 여성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 헛된 희망만 남겨둔 것과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는 제우스의 아버지로 ‘시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라는 진리를, 제우스가 청년이 되는 시대에 이르러 신들의 이야기 마당을 인간들이 사는 무대로 내려놓고, 
나이키가 니켈(Niche)로부터, 
레테의 강이 망각의 강임을, 
플로토늄이 저승의 신인 하데스의 별명인 플루토스(Ploutos)로부터, 
아네모네, 히아신스, 수선화가 신화로부터 시작되었음과 
수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인간 이해의 열쇠가 신화요, 신화 이해의 열쇠가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신화가 전하는 이야기는 도덕이나 윤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히기 전의 이야기임과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의 문 상인방에 새겨진 글임도 알려 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 1권은 <변신 이야기>로부터 풀어놓은 것이 여러 곳에 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권은 2000년 6월에 초판, 내가 읽는 것은 2014년 12월에 초판 229쇄로 1권 본문 351쪽, 2권 본문 303쪽 분량이다. 초판 229쇄란 15년 동안 많은 사람이 꾸준히 읽었다는 의미이고 그 기간에 개정이나 수정이 없었다는 것은 번역과 집필이 좋았다는 뜻이다.   2017년에 개정판이 나놨다.  

                                                                 2005 도서출판 숲

                                                             2017 개정판 도서출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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