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의 어머니는 인간 알크메네요. 아버지는 바람둥이 대신 제우스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여신은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한 질투를 헤라클레스에게 투사한다. 헤라클레스는 신들이 지켜보고, 후원하고, 질투하는 가운데 술에 취한 광기로 아내와 자녀를 죽인 죗값을 씻어야만 한다. 죗값으로 치러진 일들(모두가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힘든, 불가능에 가까운, 고난이 따르는 과업)을 수행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미 12가지 과업을 죗값으로 행하기 전, 아기 때에 뱀의 목을 졸라 죽였고, 네메아의 사자를 죽여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닌 것이 심볼이 되고, 물뱀 히드라를 죽이고, 멧돼지를 때려잡고, 품값도 받지 못하지만, 외양간을 청소하고, 늪지의 새떼들을 쫓아낸다.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빼앗고, 황금 사과를 따와야 하고, 살아서 저승에도 다녀온다. 사건 하나하나는 이미 여러 경로로 읽어본 것이나 여기서는 꾸러미를 풀 듯 12년 동안 어려운 과업을 행하고서야 헤라의 질투를 이겨내고 죗값을 치른다.
저승 땅으로 내려가 하데스의 궁전에 가기 위해 아케론(비통의 강), 코퀴토스(시름의 강), 플레게톤(불의 강), 레테(망각의 강)를 건너는 것이 신화에서 알 수 있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다.
헤라가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먹이다가 아기 헤라클레스가 어찌나 세게 젖을 빨았던지 기겁을 한 헤라의 젖이 뿜어 허공에 흩어지고, 이것이 은하수가 돼 은하수는 Milky Way로 부르는 등등
신화를 읽으면서 패키지로, 배낭여행으로 다녀온 두 차례의 유럽여행은 그저 의미 없는 여행이었음을, 최소한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회를 만들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 궁전(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가봐야 할 것이고, 루브르 박물관, 영국 박물관은 다시 가 제대로 보고 와야겠다. 수많은 이야기와 신, 인간이 등장한 신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유럽에 여행가 여러 개의 성당을 보고 돌아와 이 사진이 어느 성당이었는지 헛갈렸던 경험과 비슷한 혼란함에 헛갈린다. 성화만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가 있듯 신화만 그리는 화가가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 화가 중에도 신화에 집중하는 분이 있단 걸 알게 됐다.
사진을 적절하게 배치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제목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지만 로마라는 공간이 펼쳐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제목이 그렇게 붙은 것은 그리스 신화 속의 신의 이름만 다르게 불렀을 뿐, 로마 시대에도 공유되어 입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