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관련 책 두 번째가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이다.
『하이쿠와 우키요에, 에도 시절』이 우키요에를 모은 판화집이라면,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는 입문서의 성격이 짙다. 두 권 모두 우키요에를 에도 시절 경제적 풍요에 따라 조닌의 수요에 맞춰 유행한 다색판화라고 개념을 정리한다.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는 우키요에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이연식 님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연구한 것을 토대로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쓴 책이다. 도쿄에 갈 일이 생기면 나도 저자처럼 하라주쿠에 있다는 오타 기념 미술관에 가서 우키요에를 보리라. 저자는 우키요에에 대해 ‘깔끔하고 현란하다. 관능적이며 유치하고 저속하면서도 탁월하고 로맨틱하다. 거기에 경쾌감과 기괴함까지 갖춘, 회고적이고 비장한 장르’라고 평가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에도를 담은 그림 - 전국시대를 마무리하고 에도 막부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교토와 다른 배경을 가진 에도의 분위기가 우키요에를 낳았다.
산업으로 거듭난 풍속화 – 우키요에가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역사적으로 조망하는데 육필화와 판화로서 우키요에를 대비하여 설명한다. 책의 삽화에서 독립된 판화로 발전하고, 우키요에에 식물성 안료로부터 인공안료를 도입하면서 화려하고 강렬한 색을 입혀가는 과정, 우키요에는 1인의 작품이 아니라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 조작하는 사람, 물감 칠하는 사람, 그리고 이들을 고용한 사람 등이 팀을 이루어 제작한 판화다.
에도의 꿈과 열정 – 가부키, 요시와라(유곽), 메이레키 대화재, 예인 게이샤에 대하여 오해를 풀도록 설명한다.
우키요에 속의 미인 – 우키요에의 많은 작품이 미인을 그리고 있으며, 여기서 미인이란 아름다운 여인이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인상이라고 말하며, 우키요에에 등장한 미인들의 복장, 화장, 액세서리들이 에도 유행을 이끌었다.
농염한 그림 – 분방한 관능, 춘화, 훔쳐보는 즐거움, 그림자 유희 등을 소재로 춘화 몇 점을 소개한다.
우키요에 풍경화 – 일본인들이 에도 시대부터 여행을 즐겼으며, 현재도 그러한데 그 연원이 에도 시대 산킨코타이에 있다. 우키요에 풍경화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는 소재였다.
무서운 이야기, 기괴한 그림 – 우키요에의 소재 중 하나가 사다코이며 우리나라 괴기 영화 소재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임을 여러 사례로 설명한다. ‘오니온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바다를 건넌 우키요에 – 일본 도자기가 깨지지 않도록 포장재, 완충재로 썼던 우키요에를 본 프랑스인(펠릭스 브라크몽)이 이를 프랑스 파리 예술가들에게 소개하여 우키요에가 소개됐다는 설을 소개하며 연구자들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빈센트 반 고흐는 일본 우키요에에 푹 빠졌었고,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도 드러내지 않지만, 우키요에의 영향이 그림에 배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인상주의 화가들이다. 유럽인들이 일본 문화를 갓 접하고 푹 빠지는 모습을 비아냥거린 오스카 와일드의 글을 소개한다.
우키요에의 황혼 – 일본의 문호개방과 함께 들어온 새로운 인쇄술과 사진은 우키요에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 우키요에가 고급스러운 문화는 아닐지라도 일본적인 것이 사라져 갔음과 이젠 역사 속에 남아있는 우키요에를 본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우키요에를 대하며 재능은 물론 취미도 없어도 미술책을 사다 보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부모와 다르게 미술로 먹고살겠다고 미술 학원에 다니며 그림 그리는 둘째를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에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책을 읽다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프랑스 미술관에 걸린 일본 춘화(우키요에)를 찾아본다. 세계인의 삶은 교류 와중에 고통도 있었고, 환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