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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an 11. 2024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스페인 내전 1부

   닷새 동안 한 가지에 몰두했다. 기억하는 지식을 열거하고, 영화를 다시 보고, 책을 읽어가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테마는 스페인 현대사다. 마인드맵을 그려보면 이것저것이 떠오른다. 미얀마와 버마처럼 에스파니아와 스페인도 같다. 피레네 산맥의 소국 안도라에 대한 기억과 아라곤과 카스티야 왕과 여왕의 정략결혼으로 만들어진 에스파니아, 레콩퀴스타, 대항해시대, 영국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했다가 거부당한 펠리페 2세와 무적함대, 로욜라와 예수회, 알람브라 궁전, 가우디의 건축 사그라다 파밀리아,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 투우, 마드리드를 기억한다. 요즘 까미노 데 산티아고 800km가 인기이고 레알 마드리드라는 프로축구팀, 카탈로니아와 바스크의 지역성, 700년 넘게 이슬람의 영역이었고,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에 등장하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적어 본다. 목축 형태로서의 이목, 잉그리드 버그만이 게리 쿠퍼에게 키스할 줄 모른다는 증거로 코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묻던 장면이 떠오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영화 ‘게르니카’와 ‘랜드 앤드 프리덤’을 다시 본다. <스페인 내전>을 읽어 영화 세 편의 배경이 스페인 내전임을 확인한다.      


   

   <스페인 내전>의 원제는 ‘SPAIN IN OUR HEARTS’다. “조지 오웰, 헤밍웨이 그리고 세계의 지식인, 시민들은 왜 스페인으로 갔는가?”,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스페인 내전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라출판사의 유혹은 영화 ‘랜드 앤드 프리덤’을 보면서 느낀 이념의 충돌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기대로 <스페인 내전>을 읽기로 했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도 읽어야겠다. 스페인 내전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민주주의와 나치즘, 파시즘이라 불리는 전체주의와 공산주의가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나를 선택해 달라고 하던 시기인 1936년 11월에 시작되어 1939년 3월 31일에 끝난다. 2차 대전의 시작을 독일이 폴란드를 전격 침공한 1939년 9월 1일로 하고 있으니 스페인내전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사이에 끼어 있었던 내전이다. 선거로 정권을 잡은 공화파 정부와 프랑코라는 군인 독재자가 스페인의 패권을 두고 벌인 내전이다. 내전이지만 내전이라고 내팽개쳐 둘 수 없는 내전이었다. 당시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이념을 따르던 사람들과 군부, 노동자, 학생 지식인, 특히 스페인의 국교랄 수 있는 가톨릭이 서로 다른 편이 되고 독일, 이탈리아, 소련이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영국,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미국에서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의용군들이 스페인에 개인자격으로 들어와 국제여단을 조직하고 내전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은 프랑코가 이끈 국가주의자군과  공화파 정부군의 내전이다. 공화파 정부는 선거로 구성된 합법정부인데 독재자 프랑코의 쿠데타로 위험에 처하자 유럽의 무정부주의자들, POUM(스탈린에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 스페인 공산주의자들(스탈린의 지원을 받는)이 연합하여 대항한다. 무정부주의자들은 바르셀로나에 근거지를 두고 민병대를 조직하고, POUM도 혁명의 순수성을 가지고 민병대를 운영한다. 공화국 정부는 경찰과 군대로 대항하는데 크게 두 개의 파벌로 분열돼 저항한다. 경찰과 스페인 공산주의자들이 협력하고, 무정부주의자들과 POUM이 협력한다. 외국에서 공화파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의용병이 된 사람들은 알바세테에 본부를 둔 국제여단 본부의 지휘를 받는다.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이 스페인 공산당의 요청에 따라 조직한 국제여단은 소련의 지원을 받았다. 국제여단의 각국 부대 중 미국 의용병으로 구성된 에이브러햄 링컨 대대의 활약과 관점에서 스페인 내전을 기록한 책이 <스페인 내전>이다. 국제여단은 이념은 제각각이었으나 “사회정의에 관심을 갖고 세계는 전보다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각오를 지녔던 무명의 보통 사람과 다수의 유명인을 끌어들였다. 훗날 독일 수상이 된 빌리 그란트, 조지 오웰,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이태리 외무장관이 되는 피에트로 넨니 가 참전하였고, 생떽쥐베리와 인도의 네루도 스페인 내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스페인 내전은 이념의 전쟁터였고, 프랑코를 지원한 히틀러는 신무기 실험장으로 여겼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신무기를 사용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스페인의 현대사를 다시 보았다.      


    저자 애덤 호크실드는 ‘들어가는 말’에서 ‘유럽에서는 스페인 내전이 도덕과 정치의 시금석, 다가올 세계대전의 서막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은 그 뒤에 일어난 2차 세계대전에 묻혀 우리의 집단 기억 속에서는 대체로 사라졌다고 본다. 저자는 공화파 정부에 무기금수조치를 취한 미국 정부와 달리, 일반 미국인들은 공화파와 국가주의자 양쪽 모두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내놓는데, 미국 정유사 텍사코가 프랑코 군에게 무상으로, 외상으로 석유를 수출했고 미국 정부도 모른 체 하고 지나갔다. 알베르 카뮈가 쓴 글을 소개한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가슴속에 모두 스페인을 간직하고 있다.... 옳은데도 패할 수 있고, 무력이 정신을 이길 수 있으며, 용기가 보상받지 못한 시대가 있다는 것을 체득한 곳이 바로 스페인이었다.”라고. 스페인의 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도덕적이고 선명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마치 여기서 저항하지 않으면 어디서 저항하겠느냐는 것과 같았기에 후일 미국의 인권운동 시위, 60년대 베트남전 반대 시위, 80년대 중앙아메리카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기억할 것은 공화파 정부에 무기를 팔았던 유일한 소련은 스페인 공화파 난민을 굴라크(강제노동수용소)에 가두고 스탈린이 씌운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 힘이 없으면 지배층보다 힘없는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음을 역사에서 배운다. 미국 공산주의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스페인 내전으로 달려간 것은 당대의 공산주의가 왜 그처럼 강한 호소력을 지녔고, 그 시대 소련이 왜 많은 지식인들에게 희망의 등불로 비쳤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지식인들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독립운동을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의열단장 김원봉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픔의 기원도 이념 탓이다. 저자는 이상주의와 용기가 지혜와 언제나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알아가는 가슴 뭉클한 경험을 했다고 말하며 본문을 전개한다. <스페인 내전>은 11장의 전투 상황 지도를 배치하여 이해를 돕는다. 그럼에도 구글 지도를 열어 전투지역을 찾아가 지형을 살펴보는 일은 지리학을 전공한 독자이기에 해야 하는 즐거움이다.      


내일은 『스페인 내전』을 읽어가며 당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여 메모한 부분을 옮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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