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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Aug 15. 2023

북 칼럼  모두가 책 읽는 나라를 꿈꾸며

노벨상 수상 기대는 허망한 꿈

   초청 강의에서 얼음 깨기 방법으로 여러 번 사용한 글이다. 특히 학교 초청으로 집단 강의를 하게 되면 관심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주목을 끌고 동기를 유발하려는 소재다. 익숙한 것에서 논리적으로 연결하면 시선을 모을 수 있다.


   서양에서 유대인은 오랫동안 핍박받은 역사를 갖고 있다. 십자군 원정을 떠나던 영주와 기사들은 치안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유대인을 살해했고, 20세기엔 홀로코스트를 당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유대인은 뉴욕 월가의 큰 손이 되었고, 미국의 정치, 문화예술 분야에 영향을 주는 반전을 이루었다. “America has no permanent friends or enemies, only interests.” (미국에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말하며 냉전 시대 미국 외교를 이끈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스티븐 스필버그, 미국 경제학자 대니얼 커너먼은 유대인이다. 역대 노벨상을 수상자 중 약 30%가 유대인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한국 언론과 지식인, 경제인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가를 두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직은 꿈이고 착각이다.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4.5권이다. (2017년은 8.3권이었다) 2017년 기준 일본은 40권, 이스라엘 국민 연평균 독서량은 60권이다. 한국인과 유대인의 독서량에 누적이란 함수를 넣어본다. 10년이 지나면 한국인은 45권 읽는데 이스라엘 국민은 600권을 읽는다. 50년이면 한국인은 225권을 읽는데, 이스라엘은 3,000권을 읽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서량의 차이가 벌어진다. 독서량의 차이가 국가역량의 차이, 국민 수준의 차이를 만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탈무드와 유대인 부모의 교육법, 교육계에서 유행하는 ‘하브루타 수업방법’에서 유대인의 저력을 찾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는 격이다. 유대인의 역량은 독서량을 기초로 커지고 있다. 왕성한 독서 덕분에 부모와 자녀 간 질문과 대답을 할 수 있다. 교실에서 짝을 지어 토론하는 하브루타 수업도 독서로 얻은 지식을 토대로 할 수 있다.


   일본은 2020년부터 대학 입학 공통 예비시험에서 주관식(기술식) 문항을 도입하기로 했다. 2023년에는 장문형 논술로 바꾼다. 일본 중고등학교의 평가 방식과 수업은 당연히 바뀌게 된다. 일본의 학생들은 시험에서 논거를 대고 자기 생각을 써야 한다. 토론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교육`으로 바꾸어 사고력을 향상하자는 뜻이다. 일본의 교육 행정기관들은 이미 학교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우리나라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중․고등학교 시험 문제는 선다형 문제가 중심이다. 문제 풀이를 반복과 경쟁으로 독서에 시간과 재정을 투자하기 어렵다. 일본의 교육정책 변화는 우리에게 자극을 준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2019학년도부터 중학교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교과 중에서 1과목은 반드시 논․서술형으로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공정성 확보라는 문제가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다. 몇몇 교육청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 도입을 검토한다. IB에서 에세이는 필수다.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글로 써낼 수 있어야만 한다. <책문>을 읽어보면 과거시험도 논술시험이다. 학교에서도 독서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이다. 우리만 선다형 문항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성인의 독서량이 선진국에 견주어 부족하고, 학생에게 독서는 口頭禪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인의 지적 성숙과 지혜로움은 아직 멀리 있어 보인다. 독서를 토대로 역량을 키우지 못한 채 노벨상 수상을 바라는 것도 허망한 기대다. 나는 학생이든 성인이든 누구나 책 읽는 나라를 꿈꾼다. 많은 사람이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독서를 꽤 하는 사람도 있다. 책을 읽어야 할 까닭은 넘치게 많다.

   

브런치 북을 시작하며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고 독서량을 늘려가는 길에 도움이 되고 싶다. 성인의 독서량 학생의 독서량보다 적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 앞으로 칼럼과 주제 서평으로 양서를 선보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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