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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an 29. 2024

아이네이스

베르길리우스 지음

AENEIS by VERGILIUS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사두고 일 년이나 묵혀 둔 것은 『아이네이스』를 먼저 읽어야 할 것이라 판단해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갈리아 전기』, 『게르마니아』,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의 『군사학 논고』와 같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은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데 서사시는 재미가 덜하다. 아마도 운율이 있기 때문이리라. 라틴어를 알고 운율에 따라 읽는다면 더 깊은 맛을 느낄 텐데....

제우스, 가이아, 헤라, 아프로디테, 에로스, 니케, 이데와 같은 그리스 신과 사람 이름에 익숙해 있는데 라틴어 이름이 다르니 본문에 라틴어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리스어로는 뭐라고 하는가를 찾아보면서 읽다 보니 빠르기가 더디다.

『아이네이스』는 호머의 『일리아스』, 『오뒷세이』와 함께 서양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대표 고전이다. 『신곡』에서 단테를 지옥에서 연옥을 지나 천국의 문 앞까지 안내한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의 저자다.  

   


  『일리아스』에 나오는 ‘파리스의 심판’에 따라 유노(그리스어로는 헤라)의 방해를 받으면서 트로이의 패장 아이네아스(헥토르에 버금가는 용맹과 실력을 갖춘)가 아버지 앙키세스와 아들 아스카이우스 그리고 트로이 유민을 데리고 신들의 예언을 쫓아 험난한 지중해를 건너 카르타고, 시칠리아를 거쳐 이탈리아 라티움에 정착하고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조상이 된다는 과정을 서사시로 지은 것이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스와 아가멤논에게 패한 트로이 세력이 훗날 바다 건너 로마를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다. 학문적으로는 트로이 멸망과 로마 건국에 시차가 약 500년이 되므로 아이네이스는 역사가 아니라 서사시일 뿐이다.    

 

   12권의 아이네이스는 1권부터 6권까지 아이네아스가 트로이를 떠나 발칸반도 서안과 지중해, 카르타고를 거쳐 이탈리아 라티움에 도착하기까지를 그리는데, 카르타고에서 여왕 디도와 사랑에 빠지고, 난파되기도 하는 등 오뒷세이를 읽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7권에서 12권까지는 이탈리아의 원주민들과 싸우거나 동맹을 맺어 로마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다. 어떻게 보면 일리아스의 속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붙타는 트로이에서 탈출한 아이네아스 일행이 카르타고에서 여왕 디도를 만나고, 디도의 청에 따라 표류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사랑에 빠지고(여기까지가 4권), 시칠리아에서 아버지 앙키세스의 기일에 경기를 치르고(5권), 이탈리아에 도착하고, 저승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며 로마의 미래를 미리 보고 돌아오고(6권), 토착 부족과 싸우고(7권, 8권, 9권), 하늘에서 벌어지는 신들의 싸움과 질투를 그린다(10권), 운명의 결투(12권)에서는 아이네아스가 투르누스의 가슴에 칼을 꽂아 전투를 끝낸다.


   로마의 건국 역사를 신화의 영웅과 결부시켜 구상하고 이를 시로 지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는 2천 년 동안 읽혀왔다.  수많은 라틴어 인명 탓에 더디게 읽었지만, 교사에게는 서양사를 가르칠 때 호머의 작품과 함께 멋진 아이디어를 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 ‘더 리더’의 한 장면처럼 아이네이스의 앞부분을 다시 읽어 본다. 

    

“무기들과 한 전사를 나는 노래하노라. 그는 운명에 의해 트로이야의 해변에서 망명하여 처음으로 이탈리아와 라비니움의 해안에 닿았으나, 육지에서나 바다에서나 하늘의 뜻에 따라 숱한 시달림을 당했으니 잔혹한 유노가 노여움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 파리스의 심판 -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의 부모인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앙심을 품고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새긴 사과를 연회장에 던진다. 유노(그리스어 헤라)와 미네르바(그리스어 아테네)와 베누스(그리스어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윱피테르(그리스어 제우스)의 주선으로 트로이야 근처 이다 산에서 목동 생활하던 트로이야 왕자 파리스에게 가서 심판을 받게 한다. 이때 유노는 아시아에 대한 통치권을, 미네르바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베누스는 절세미인을 각각 파리스에게 약속하는데, 파리스는 베누스에게 유리한 판정을 한다. 파리스는 그 대가로 헬레나를 얻지만, 유노와 미네르바는 트로이야와 베누스를 집요하게 미워하게 되고 결국 트로이야는 망한다. 특히 유노는 트로이야가 멸망한 뒤에도 아이네아스가 이끄는 트로이야 유민들과 로마를 괴롭힌다. (여자는 인간이든 신이든 무섭다! ㅎㅎ)     


P.S. 아이네이스는 도서출판 숲에서 2012년 개정 1판 4쇄로 나온 것으로 본문 607쪽이다. 2014년 4월 30일 오후 11:58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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