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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an 31. 2024

표지까지 이쁘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표지까지 이쁜 책이다. 

   지역을 이해하려 그 지역에 관한 책이나 그곳 사람들이 지은 책을 찾아 읽는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이 그렇다. 질투가 난다. 충청도엔 왜 황풍년 같은 사람이 없는가. 왜 이런 책이 나오지 못하는가. 소설가 이문구 말고 충청도 사투리를 제대로 남기는 작가는 왜 드문가에 대하여......(이 글을 쓸 때 이후로 두 명을 찾았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이나 눈시울이 뜨겁다. 가슴도 벌렁벌렁하다.


   저자의 ‘닫는 글’을 쓴 심정을 생각하며,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낮에 전화라도 해서 좋은 글 읽었노라 해 주리라. 충무공께서 하신 말씀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말고도, 전자정부를 만들고 이 나라 IT를 자리 잡게 한 김대중 정부도 있다고.     


   왕대마을 윤순심 할매의 말씀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손자가 공부하고 있으믄 내가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한 것들이 다 도둑놈 되드라. 맘 공부를 해야 헌다. 인간 공부를 해야 헌다. 그러고 말해. 착실허니 살고 놈 속이지 말고 나 뼈 빠지게 벌어묵어라. 놈의 것 돌라묵을라고 허지 말고 내 속에 든 것 지킴서 살아라. 사람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벱이니 내 마음을 지켜야제 돈 지키느라고 애쓰지 말아라.”     


   지난해 웹 서핑을 하다가 ‘전라도 닷컴’을 보게 됐고,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이란 책이 있어 전라도를 이해하자는 차원에서 사 읽는다. 전라도를 사랑하는 저자와 남인히, 남신희 자매 기자의 발품과 사진으로 엮어낸 책이다. 스무 해도 전에 뿌리 깊은 나무에서 전통사회의 황혼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내놓은 『숨어사는 외톨박이』라는 책을 읽으며 안타까웠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에서도 곳곳에서 비슷한 울렁임이 인다.      


   ‘전라도의 힘, 전라도의 맛, 전라도의 맘, 전라도의 멋’이란 4개 장으로 구성하고 간간이 멋진 사진 배치해 읽기도 쉽다. 지질도 좋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소개하는 전라도의 힘, 맛, 맘, 멋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전라도 말로 여러 ‘아짐’이 주인공이다. 삶이 만들어낸 아짐의 철학과 넉넉한 인심, 짠해서 어쩔 줄 모르는 측은지심, 농사와 예술을 소개한다.     


   옮겨두고 마음에 새기고픈 글들이 여럿이다.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전라도 사투리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현장에 가보고 싶단 생각이 굴뚝같다. 알아듣지는 못할지라도. 광주극장에 가서 영화라도 봐주어야 할 듯하고, ‘세월호 3년 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의 행진에 힘을 보태고 싶고, 만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꿨던 정여립의 자취가 깃든 진안 천반산에 가봐야 할 듯하다. 당신의 고달픔이야 ‘암시랑토’ 않고, 남들이 짠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매들 손도 잡아드리고 싶고, “몸 부대낄 일 없고, 한데 어울릴 일도 없이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즐거움을 연예인들의 직업적인 역할극에 맡겨버린 세태가 안타깝다.‘는 심정에 공감한다. 김도수씨가 나고 자란 고향, 임실 진뫼 마을도 가보고 싶다.      


   설날이라 다녀온 엄니 집에서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을 읽으며, 울 뻔했다. 

“젊어서는 자식들 ‘멕이고 입히고 갈치려고’ 억척스레 일 욕심 부렸고, 장성한 자식들이 제 앞가림을 하는 노년의 겨울날엔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 일구덕으로 들어가신다. 마침내 베고 캐고 훑고 추려 나누고 입에 넣어줄 때까지 할매들은 이 땅에서 가장 긴 시간 일을 하는 노동자다. 노동만이 명징한 삶의 증거인 할매들은 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 일손을 멈추지 않을 게 분명하다.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어 자리보전을 하는 순간이 되어서나 기나긴 노동의 대열에서 조용히 비껴날 뿐이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은 ㈜행성비에서 2016년 8월 초판 1쇄를 내놓았고, 본문 347쪽이다. 좋은 책이다. 저자는 월간 전라도 닷컴 편집장겸 발행인, 황풍년이다.     


P.S. 2017년 1월 28일 오후 10:43 에 쓴 메모를 다시 읽는다. 


숨어 사는 외톨박이 http://blog.naver.com/dmsal8803/220429893665

전라도 닷컴 http://jeonlado.com/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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