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충덕 Mar 07. 2024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타임 안사리 지음

원제 : Destiny Disrupted: A History of the World Through Islamic Eyes


   저자 타밈 안사리(Tamim Ansary)는 그리 저명한 학자는 아니다. 9.11 사건 이후 자신의 견해를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던 것이 인터넷으로 확산하여 대중들에게 더 많은 이슬람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집필자이자 잡지 칼럼과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고 책은 소개한다.

   유럽과 미국에 맨날 깨지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깡다구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 이슬람에 관한 생각이었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러나 혹은 제국주의의 침탈 대상에서 언제나 벗어날까 라는 염려가 앞선다.     

   몇 권의 책을 통해서 이슬람 세계가 인도와 중국의 문화를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받아들이고 이를 발전시켜 중세 이후 유럽에 전했고, 유럽 중세 암흑기에도 고대 그리스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 이것이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었다.

  전문적인 이슬람 역사가가 아니고, 카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사는 저자이기에 심도 있는 연구 결과로 볼 수 없다. 서구중심의 세계사를 배워온 바에 따라 내 의식도 그러했다. 그러나 저자가 제안하는 중간세계라는 개념, 이슬람을 종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프로젝트로 보는 관점을 보면 앞서 얘기한 깡다구, 염려에 대해 얼마간 수긍할 수 있다.     



 제1장 중간 세계   제2장 히즈라   제3장 칼리프조의 탄생   제4장 분열   제5장 우마이야 제국   제6장 아바스 시대   제7장 학자, 철학자, 수피   제8장 튀르크의 등장   제9장 대혼란   제10장 부활   제11장 한편 유럽에서는   제12장 서구가 동쪽으로 오다   제13장 개혁 운동   제14장 산업, 헌법, 민주주의   제15장 세속 근대주의자의 부상   제16장 근대성의 위기   제17장 조류의 전환이라는 목차를 따라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가 구성돼 있다.     


   1장부터 10장까지는 서양 중심의 세계사에서 중동지방, 지리학에서 건조문화권이라 부르는 지역과 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의 역사를 다룬다. 우선 이 지역을 독자적 생활권으로 중간세계라 이름 짓는다. 중간세계는 힌두쿠시 동쪽의 중국과 교류가 없었고, 중세기까지 유럽 세계는 중간 세계의 입장에서 하잘 것 없는 지역이었다. 중간세계의 세계사는 당연히 히즈라(서양에서 헤지라, 622년, 이슬람 원년)부터 시작한다. 수많은 일화(신화가 아니다. 엄청난 기록이 남아 있음으로)를 통해서 ‘움마’라는 이슬람 공동체를 강조하는 장대한 종교적인 ‘사회 프로젝트’이었음을 드러낸다. 이슬람은 개인의 구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정의로운 공동체 건설이라는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제3장 칼리프조의 탄생부터 6장 아바스 시대까지는 무함마드의 첫 계승자 네 명이 다스리는 시기로 ‘올바르게 인도받은 사자들’인 아부 바르크, 우마르, 우스만, 알리에 대한 일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p.134 쪽의 지도와 일화는 이맘 후세인이 메디나에서 72명의 군사를 이끌고 사막을 건너 카르빌라에서 한 명씩 쓰러져간 사실을 보여주는데, 후세인의 죽음은 알리의 대의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인 무리가 시아파라고 불리는 들불이 되어 번져갔다. 이슬람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 10%에 불과하지만 강경한 이미지의 시아파의 연원을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시아파의 시작이 되는 ‘이맘 후세인’의 내러티브는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목숨을 던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 시아파에게는 무엇이 두려우랴. 이란이 비록 가난하지만, 미국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p. 273과 4에 언급한 ‘노인을 죽인 죄로 붙잡힌 젊은 나그네 이야기는 수피들의 초기 이슬람 공동체의 영웅들에 대한 신화 같으며 시 같은 일화 속에서 푸투와의 이상을 본다.     

“오늘 떠나게 해 주신다면 사흘 뒤에 돌아와서 사형을 받을 것을 약속합니다.
- 그래 좋다. 하지만 너의 대리인으로 설 사람을, 네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너 대신 처벌을 받겠다고 동의한 사람을 지목해야 보내주겠다.
- 죄송합니다. 늦었어요. 하지만 이제 왔으니, 사형을 집행하시오.
- 당신은 풀려서 완전히 도망쳤다. 아무도 당신을 찾아서 다시 데려올 수 없었다. 왜 돌아온 것인가?
- 제가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저는 무슬림이니까요. 제가 어찌 세상이 무슬림은 더 이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이유를 남길 수 있겠습니까?
- 이 젊은이를 알고 있었나요?. 그의 고결한 성품을 알고 있었습니까? 그래서 대리인을 자청했나요?
 - 아니오. 내 평생 그를 만나본 적 없소. 하지만 내가 어찌 무슬림들은 더 이상 동정심이 없다고 세상이 말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 그를 처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어찌 이슬람에 더 이상 용서란 없다고 세상이 말하도록 내버려 두겠습니까?”     


  

 11장부터 17장까지는 서양에서 ‘지리상의 발견’ 시대라 부르는 시기부터 산업혁명을 거친 제국주의가 이 지역에 들어오는 과정을 지역별로 살펴 이야기한다. 토인비식으로 말하면 하잘 것 없었던 서양의 도전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세계가 어떻게 흔들렸는가를 이야기한다.     


안사리가 하려는 이슬람 내러티브는 이슬람을 종교적으로 보지 말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부시류의 미국이 이슬람은 자유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는 시각도 바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슬람에서 원리주의란 움마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 프로젝트를 복원하려는 끊임없는 시도일 뿐 자유 세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고. 그리스도교는 물론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통점은 충분히 많다.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이슬람과 서양사회의 그리스도교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마찰이 생긴 것일 뿐 결코 문명의 충돌로 보지 말자는…….     적절하게 배치한 깔끔한 지도는 이슬람의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류한원님이 옮긴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뿌리와 이파리에서 2011년 8월 초판을 내놓았고 2014년 6월에 초판 10쇄를 읽었다. 학교에서 세계의 역사를 가르치거나, 기독교를 믿는 사람도 읽어보면 좋겠다. 본문 607쪽으로 내 취향에 맞는 책이다. 


P.S. 삽입한 사진과 같은 책을 읽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인류본사』 읽는 중이다. 위 글은 2015년 3월 7일 오후 7:39에 쓰고 다시 읽는다. 


작가의 이전글 고종시대의 재조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