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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r 09. 2024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The Great Transformation.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적 기원


10년 전, 2013년 4월 14일에 쓴 글이니 부족한 점이 많다 


   가장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은 칼 폴라니를 왼편에 있다고 보고 불편해한다.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의미와 파장을 생각하고 더 넓게 더 깊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한 책이다.     

   책의 87페이지까지는 로버트 매키버(민주주의의 조건을 논한 사회학자)의 발문, 조지프 스티글리츠(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발문, 프레드 블록(스승인 다니엘 벨의 ‘후기산업사회론’과 헝가리 출신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사회경제 이론을 결합해 자신의 고유한 시각을 발전시켰다. 특히 신고전경제학이 1970년대 이후 변화된 전 지구적 정치경제 현상을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신고전경제학이 옹호하는 ‘시장근본주의’ 또는 ‘자유시장 유토피아 주의’를 뛰어넘어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건설하기 위한 이론적,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 왔다.)의 해제, 루이 뒤몽(마르셀 보스에게 배우고 인도를 연구한 인류학자, 사회학자로 ‘위계적 인간’에서 카스트제도를 연구)의 프랑스어판 서문, 1988년 프랑스어판 재판에 부치는 후기, 감사의 글이 실려 있고 88페이지에서야 차례가 실려 있다. 605쪽부터 옮긴이 홍기빈의 해제가, 635쪽에서는 옮긴이의 말이 나오는 본문 658쪽의 분량으로 도서출판 길에서 2012년 1월 1판 6쇄로 나온 책을 읽었다.     


   깨알 같은 글씨에 그림이나 사진이 한 장도 없는 정치경제사상에 관한 책이다. 읽어가면서 누가 이런 책을 추천했는가! 원망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 묻혀 살면서 전혀 생각지 못하는 것들을 칼 폴라니의 혜안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 역시 정치경제사의 고전이라는 평가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몇 줄로 책의 내용을 정리할 수 없기에 밑줄 친 새로운 것들을 옮겨본다.

- 21세기 신자유주의 경제의 위기에 직면하여 새롭게 조명받는 칼 폴라니. 그는 시장경제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적나라한 유토피아라고 주장한다인간자연화폐를 상품으로 보고 시장에 맡겨둔다면결국 인간의 자유와 이상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비극만 낳고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오언의 사상을 빌려 폴라니가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제 우리가 ‘사회’라는 실체를 발견했다는 것이며, 국가도 시장도 이 사회라는 실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

- 전통과 관습에 도전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명예는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에 주어진 것이며, 비록 우리 세대에게는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들리겠으나 자연과학의 지위가 크게 올라간 것은 인문과학과의 연결을 통해서 이루어졌던 일이다. (p.352)     


   공동체의 파괴를 가져오는 문화적 접촉이란 일차적으로 경제 현상이 아니다. 비록 서양인들이 식민지로 침입해 들어온 동기는 분명히 경제적인 것이며 또 곳곳에서 원시 사회들이 붕괴하는 원인이 종종 자신들 종래의 경제 제도의 파괴에서 야기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두드러진 사실은 서양인들의 새로운 경제 제도는 원주민 문화에 흡수 동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원주민 문화는 해체되었는데, 그 자리를 메울 만한 체계적인 대안적 가치 체계가 들어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p.433)     

   

   테우안테펙의 사포텍 인디언들의 경우 일당이 50 센터보로 오르면 25 센터 보였을 때의 절반만 일했다고 한다. 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절에도 상당히 보편적이었다.

“인디언들을 그의 토지와 분리하는 짓이야말로 그들을 단 한방에 멸종시킬 수 있는 묘책이다”(존 콜리에 1942) 1934년 ‘북아메리카 원주민 재조직법“은 그렇게 잃어버린 토지를 부족적 소유로 재통합시켰고 또 그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재생시킴으로써 북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를 구출해 냈다(p436)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서 경제적 부담과 수탈을 벌인 찰스 1세에 대해서 잉글랜드인들은 스코틀랜드에 뿌리를 둔 스튜어트 왕조의 왕들이 잉글랜드를 자신이 취득한 재산쯤으로 여겨 주민들의 소유물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1628년 ‘권리장전’을 제출하며 항의한다. 이때 중심적 역할을 맡았던 변호사 쿡 등은 잉글랜드에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과거로부터 신선하게 존중된 보통법의 전통이 있으며 그 핵심은 개인의 배타적 사적 소유로 이는 왕조차 침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때까지 거의 잊고 지내던 대헌장 등을 발굴해 냈다.(p. 565)    

 

   IT분야에서 사용하는 임배디드라는 개념도 칼 폴라니가 사용하고 있다.  657쪽 분량이다.


P.S. 2018년 5월 3일 오후 10:07에 네이버 밴드에 공유했고 168명이 읽고여섯 명이 댓글을 달아 두었다. 브런치스토리와 네이버 밴드를 비교하려는 뜻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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