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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Apr 10. 2024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지음

   새뮤얼 헌팅톤의 ‘문명의 충돌’,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이 유럽 중심주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았다는 ‘리오리엔트’의 저자 프랑크 견해는 서구사 중심의 세계사를 배운 사람에게 자극을 준다. 그러니 자크 아탈리의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시각일까라는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아탈리는 어떤 나라, 민족이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를 논하지 않는다. 인류의 공존을 위하여 에트 바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장으로 구성된 책의 6장까지는 ‘대국굴기’를 풀어쓴 느낌이다.     


   본문 첫 문장은 “고대 사회에서 세계를 다스린 존재는 신이었다.”로 시작한다. 2장까지의 소재는 최초의 세계 정부, 신. 세계를 지배한 신권, 유대 기독교 세계 정부, 로마제국의 영역 확장. 가톨릭 정부, 만인의 정부. 유라시아의 세계 정부, 이슬람의 세계 정부, 움마. 황제 교황주의, 분열된 세계, 스위스 프로젝트와 같은 신의 지배로부터 인간이 분리되는 과정으로 정리한다.     

   3장은 경제 중심 세계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르네상스 시기의 지중해 세계를 다루고, 4장은 18세기까지 대서양 중심의 세계를 다룬다. 5장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과정, 6장은 미국이 ‘자유의 제국’(아탈리의 머리에 미국은 당연히 제국주의 국가다.)으로 패권을 장악하고 슈퍼히어로의 역할을 하는 과정이다. 7장은 ‘자유의 제국’은 쇠락하고 있고, 8장은 시장 중심 세계 정부가 온다고 본다. 9장과 10장이 아탈리가 이 책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로 인류의 공존을 위하여 ‘미래 세계 정보를 위한 전략’을 제안한다.     


   헬레니즘 세계에도 이미 ‘세계 시민주의’의 개념이 있었다. 1713년 아베르 생 피에르는 <영구평화론>을 통해 무력이 아닌 ‘계약’으로 세계 평화를 유지하자 제안했다. 현재 유럽 18개 주요국들이 연합 조약을 맺었는데, 이미 300년 전에 ‘유럽의 기구’가 유럽인에게 이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 비망록>에서 유럽법과 유럽최고재판소, 동일한 화폐, 동일한 무게, 동일한 척도, 동일한 법을 중심으로 건설된 ‘유럽협회’를 언급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어디든 여행할 수 있고, 공동의 조국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마누엘 칸트는 1795년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법을 마련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른바 ‘세계시민법’이다. 헤겔도 <역사철학 강의>에서 나폴레옹을 ‘세계의 영혼’이라 치켜세우며 세계 통합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자 했다. 주세페 마치니는 1836년 <유럽과 국가>에서 유럽합중국 창설을 제안하고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세계 정부를 주장했고, 빅토르 위고도 유럽 합중국을 제안하며 세계연합체의 전단계로 삼자고 주장했다. 버트란트 러셀도 1918년 진정한 세계 정부 수립을 제안했고, 칼 포퍼도 1945년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통해 무장 행정부를 갖춘 세계 정부를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세계정부를 추구하는 맥락은 국제연맹, 국제연합으로 진화하였으나 냉전과 자유의 제국의 횡포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탈리가 본 21세기 초 쇼크는 9.11 테러, 인터넷, 미국 슈퍼파워의 쇠락, 아랍의 봄, 일본 대지진으로 깨우친 원자력의 안전성 문제와 기술 발전에 따른 리스크다. 지구가 당면한 체제적 위험으로 “인구 이동의 증가, 바람직하지 못한 획일화, 한계를 벗어난 금융 시스템, 신뢰를 잃고 있는 법치주의, 군비 강화, 심각해지는 오염, 희귀해지는 자연, 범죄조직의 강화를 뽑는다.

   인류 공존을 위한 전략을 제안하면서 17세기 중반까지 실현하기 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종교 없는 국가’를 상상하라면서 ‘민족 없는 국가’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힌다. 자크 아탈리의 새로운 관점을 볼 수 있으니 책을 읽는 기쁨이다.


P.S. 2015년 4월 18일 오후 4:59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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