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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Apr 14. 2024

대통령의 말하기

윤태영 지음

   대구 중앙교육연수원 출장 중에 읽는다. 참여 정부 청와대 대변인, 제1부속실장이었던 윤태영이 저자다. 가까이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기에 가능했을 그의 말하기로부터 설득과 소통의 원칙을 찾아내 글로 정리한 책이다.     


  서문은 “말은 한 사람이 지닌 사상의 표현이다.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결국, 말은 지적 능력의 표현이다.”라는 대통령의 ‘말’에 관한 철학을 전한다. 책은 ‘1부 편법은 없다. 2부 더 빨리 통하는 말은 따로 있다. 3부 말로써 원하는 것을 얻는다. 4부 듣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 5부 생각이 곧 말이다.’로 구성된다. 23개 꼭지마다 대통령의 비결을 두세 개씩 정리해 주어 노하우만 읽어도 되겠지만, 노하우를 뽑아낸 배경을 보려면 전체를 읽는 것이 좋다. 쉽게 쓴 글이라 전혀 부담이 없다. 흐르는 물을 따라 종이배가 흘러가듯이 읽다 보니 내가 취할 핵심은 무엇인가를 밑줄 긋거나 메모하지도 않았다. 그는 보통사람의 말로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것이 화근이 되어(먹물이 덜 든 탓에 무시하는 자, 언론, 야당들로부터) 고생했다. 저자의 평과 속인의 평이 다르지 않다. 그는 말을 참 잘했다.    

 

몇 가지만이라도 옮겨 둔다.

‣ 최고의 전략은 ‘정면돌파’다. 언제 어디서든 생각을 당당하게 주장하려면 ‘확고한 소신’을 가져야 한다. 문제의 본질이나 핵심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 미사여구가 아닌 팩트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못한 일’도 감동이 될 수 있다. 최고의 말하기는 ‘투명한’ 말하기다. 형식보다 내용으로 승부하라. 양해를 구하려거든 가장 이른 시점에 해야 한다. 

‣ 모호한 태도는 논란을 키울 뿐이다. ‘아니요’를 말하는 사람은 ‘아니요’를 들을 줄 안다. 침묵보다 ‘아니요’를 외치고, 공통의 이해를 끌어내고, 대화와 토론으로 검증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과 완성이다.

‣ 난감한 문제에 대해 상황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대응한다. ‘말하기’에서 시기의 선택이 중요하다. 형식을 갖추기 전에 말해야 한다.

‣ ‘정확한 전달’을 위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한마디로 깊은 인상을 심고, 듣는 사람의 호흡도 고려하고 비유는 쉽게 하라.

‣ 나도 상대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반어법, 반문법, 비유법, 대구법을 구사할 때다.

‣ 구체적인 수치는 설득력을 높이고, 변화를 드러낼 때 유효하며, 듣는 사람이 실감할 수 있다.

‣ 현실을 반전시켜 성과를 부각하거나 ‘반전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등 기발한 발상, 순발력도 필요하다.


‣ 메시지는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덜어낼 것은 덜어내야 효율적인 말 전달이 가능하다.

‣ 웃기는 재주가 없어도 유머 있게 말하려면 노력해야 터지고, 낮은 사람, 친구 같은 사람으로 다가서라.

‣ ‘반복하는 말하기’는 몰입을 부르고 말하기에 리듬을 싣는다. 전달력도 높인다.

‣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말하려면 두괄식으로 분명하고 강렬하게 시작한다. 일문일답도 즐겨라.

‣ 메시지를 카피로 만들려면 상황을 가짓수로 정리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새로운 어휘, 새로운 비유를 끊임없이 찾는다.

‣ 쉽게 이해되는 말을 쓰고, 듣는 이가 겪었을 법한 이야기, 관심사를 다루며 껄끄러운 이야기는 최대한 논리적으로 풀어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 감성적 언어는 대화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말하기의 시작과 끝에서 활용하면 힘이 된다.


‣ 싱거운 이야기, 의례적인 표현 대신 질문을 던져 듣는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고 말한다.

‣ 명연설의 절대 조건 세 가지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써라, 현장의 언어는 현장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서민적 언어에서 기발한 비유가 나온다.’

‣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힘은 ‘주장보다 공감을 목표로’, ‘말솜씨보다는 낮고 열린 자세로’, ‘ 대응은 애드리브와 문답으로’에 있다.

‣ ‘대화의 달인’들이 원고를 읽지 않는 것은 낭독으로 달변이 묻히기 때문이고 말하기의 설득력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을 낮춰 말하고 고사 대신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면 상대방에게 믿음을 준다.

‣ 말하기의 소재는 다양한 독서와 깊은 사색에서 찾는다.

‣ ‘최고의 말하기’를 만드는 ‘최고의 연설문’ 이란 스스로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자료’의 공급과 검증 과정을 필수다. 핵심은 ‘표현’이 아니라 ‘콘텐츠’다.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와 비교해 본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두 권 다 재미있다.


P.S. 윤태영이 누군지 모르고  2017.04.11. 에 메모한 글이다. 2024년 오늘도 저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글로 만났을 뿐. 현재 대통령을 고 노무현 대통령과 견주어 본다. 무엇 때문에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에 출장을 갔었는지 가물가물하다. 학교장 대타로 출장을 간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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