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에세이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삶의 어떤 부분은 말할 수 없다.
햇빛이 비추는 곳에 그림자가 생기듯 우리는 각자 자신의 그늘을 짊어지면서 산다.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삶의 결과가 아니라 오직 삶의 과정에서 일어난 그 사람의 태도뿐이다.
모든 것이 이처럼 선명한 날, 나는 오히려 희뿌연 먼지처럼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정말이지 삶이란 억지로 해야 할 일과 참아야 할 일이 차례대로 늘어서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무의미했지만,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빛났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직 지금이라는 순간뿐이다.
관계의 이면에는 보이는 것과 다른 진실이 있다.
내가 원한다고 여기는 삶이 정말로 원하는 삶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