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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Apr 27. 2024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김영수 지음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는 학창 시절 단골 시험 문제였다. 궁형을 당하면서도 ‘사기’를 완성했다는 끔찍한 사실에 가려 ‘사기’가 가진 가치를 저대로 알지 못했다. 수년 전 고전 읽기를 시작하며 서양의 그리스, 로마 고전을 십 수권 읽어가며 비슷한 비중으로 동양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사기본기, 사기 세가, 사기열전 2권, 논어, 대학 등을 읽은 까닭이다. <축의 시대>를 읽고 동서양 고전을 고르게 읽는 것이 바람직한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는 왕의 서재에서 출간하고 2014년 6월에 내 집에 들어온 식구다. 2016년에 위즈덤하우스에서 같은 제목으로 개정증보판을 냈다. 분량이 688쪽이지만 15개 장으로 구성하고, 장마다 4개에서 6개 주제별로 내용을 엮어 읽기에 부담되지 않는다. 正史로 읽은 본기, 세가, 열전도 재미있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는 정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현장 방문으로 얻은 지식을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놓아 훨씬 재미있다. 소설보다 재미있다. 정사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연결하고 융합하여 지은 책이라 울림도 크다.     


   ‘삼국지(나관중의 삼국지연의로 정사 삼국지가 아니다) 백 번 읽는 것보다 사기 한 번 읽는 것이 낫다’는 저자는 머리말에 공감한다.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10가지를 친구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답한다. 사마천과 사기는 세계적인 정신문화유산, 참다운 지성, 진정한 지식인, 선구적 사상가, 보통사람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인식, 전기 문학작품, 중국 상고사 2000년의 기록, 실증에 따른 기록, 인간답게 살기 위한 안내서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자기 계발서가 아닌 인문서로 평가받고 싶다고 한다. 읽다 보면 강의에 활용할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나는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연결과 융합으로 지은 책이라 평가한다. 정사 본기, 세가 열전에서 15개의 주제에 맞는 인물과 사건을 끌어다 주제의 완성도를 높여 서술하기 때문이다. 특히 1장 ‘존엄을 위한 위대한 선택’에서 독자에게 생과 사의 문제를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과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의 사례는 책이 인간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3장 ‘삶의 질과 유머’에서 골계열전의 가치에 주목하고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는 요지를 사례를 들어 안내한다. 인간관계의 토대와 묘미, 권력과 인간, 지지(知止)에서 사회적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언제 그쳐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리더와 리더십을 비중 있게 다루며 합종과 연횡을 지도를 그려가며 쉽게 풀어 준다. 밥치, 인치, 덕치의 사례를 들어 견주고, ‘사기’에 이름을 남긴 여성과 화식열전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혜안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내 현대 자본주의 저급함에 견주어 판단하자고 한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는 요순시대, 하, 은, 주, 진, 한까지 중국 상고사 2000년을 다룬다. 저자 김영수의 노력으로 독자는 내용이 2000년 전의 일이라는 느낌을 적게 받고 읽는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에 튼튼한 가교를 놓았다.      


   인생이란 죽음을 초월하는 전쟁이다. 그 싸움의 과정과 결과가 죽음의 질을 결정한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평소 각자의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마천은 ‘너는 왜, 무엇 때문에 살고 있으며 어떻게 죽길 원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으로 아프게 가슴을 때린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진나라 말 진승이 “왕이나 제후, 장군이나 재상의 씨가 따로 있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라고 한 문장에서 만적의 난이 떠오른다. 진승이 오광과 논의한 “지금 도망쳐도 죽고 의거를 일으켜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죽을 바에는 나라를 위하여 죽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는 북방 경비에 징발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연상된다. 역사에서 유방도 진승의 말과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7년 만에 한 고조가 되었다. 맹상군과 풍환의 대화에서 남이 더는 나를 믿지 않을 때, 남이나 상황을 탓하지 말고 먼저 풍환이 남긴 ‘세상의 일과 사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과 본래부터 그런 것이 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월의 범려는 재상으로 살다가 오를 멸하는 데 공을 세우고도 토사구팽을 우려하여 제나라로 도망가 부를 축적하며 말년을 살아간 것으로부터 지지(知止)가 인생에서 중요함을 배운다. 손뼉 칠 때 떠나라 라는 말이다. 손빈 이야기에서 ‘사나이 복수는 10년 뒤라도 늦지 않다’는 기다림을 생각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세우는 것과 지키는 것의 차이, 다스림의 본질, 흥망성쇠의 이치, 당 태종 이세민의 정관정요가 위임의 리더십으로 꽃을 피우고, 위임은 전쟁사 군사학에서 나온다. 덕-식견-카리스마-위임의 리더십을 다루며, 어느 하나가 리더십 일 수 없음을 말한다. 한나라부터 유학이 강조되던 중국 사회에서 ‘화식열전’이 많은 비판을 받았음과 2000년 전에 현대적 의미의 경제를 논했다는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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