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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Apr 30. 2024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시집을 사 읽은 기억이 언제쯤이었는지 모른다.

아귀가 딱딱 맞는 글이나 배울 것이 하나라도 있는 거라야 읽어야 한다고 믿어온다. 논리적인 글이 와닿지 신변잡기 같은 글은 돈을 내고 사지 않는다. 그렇게 살다 보니 감성이 무뎌져 빗물에도 패이지 않는 콘크리트 심장으로 살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플러스>는 김용택 선생님이 엮어 ‘감성치유 라이팅 북’으로 내놓은 책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내놓은 시들을 모아 감상하고, 자신을 글로 표현하도록 편집한 거라 읽고 감상하면서 맥이 끊어지기도 한다. 읽기 위한 책이 아닌 탓이다.     


현재의 나에게 와닿은 시 몇 편과 감상이다.     


허허당의 시 「머물지 마라」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그렇다. 내가 아팠기에 다가온 시다)     


인생 아포리즘에서

〔존 러스킨〕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나는 오늘을 어떻게 채웠는가?)     


젊은 시절 기억하고 싶었던 함석헌의 시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중략)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일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하 생략)     


(그 사람을 가지기도 어렵고, 누군가가 나를 가지고자하는 사람이 되기도 어렵다)     


결혼 아포리즘에서

〔레프 톨스토이〕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랜터 월슨 스미스〕의 시 「이 또한 지나가리라」도 좋다.


〔손택수〕의 시 「아버지의 등을 밀며」를 읽으니 가슴이 먹먹하다.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서 ‘삶에서 지금 버려도 되는 것을 찾아보자’를 찾아낸 김용택 선생님에게 시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는가를 배운다. 돌멩이보다도 쓸모없는 말이 나댐을 걱정하고, 내가 하는 말이 내 인생을 만들어 간다고 가르친다. 말, 언어를 주제로, 소재로 삼은 책들이 넘쳐난다. 


P.S. 2018.5.7.(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플러스>는 위즈덤하우스에서 2016년 초판을 내놓았고, 내가 읽을 것은 2017년 초판 20쇄다. 많이 찍어냈다.


오늘 출판사에서 두번 째 종이책 제목을 뽑았다. <어제의 나와 결별하는 인문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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