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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y 08. 2024

통섭(統攝) Consilience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과 장대익 옮김

   『통섭』은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평가되는 에드워드 윌슨의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사회학, 생물학은 익숙하지만, 사회생물학이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통섭은 지금의 분과적인(극히 전문화되는) 학문의 발전 추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2008년 한국교육개발원(https://www.kedi.re.kr)의 위탁 프로젝트였던 ‘인문사회영재 학습 자료’를 만들던 때에 통섭이란 단어를 듣고 어물쩡하게 넘어가고 대충 이런 의미려니 하면서 프로젝트를 마쳤었다.

학문이 전문화됨에 따라 학문 간 소통이 부족하다느니, 학제 간 공동연구의 필요성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에드워드 월슨의 통섭처럼 진지하게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강조하는 책은 처음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인문학과 IT의 조화를 말해 세간에 화제가 되고 그 분위기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학주간을 맞아 선택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보다 두께가 얇아 먼저 집어 든 책인데 내용이 무겁고 깊어 5월 초 연휴에 다 마치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끝장을 넘겼다.    

 


   하드커버에 12장으로 구성된 『통섭』은 이오니아의 마법, 학문의 거대한 가지들, 계몽사상, 자연과학,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마음, 유전자에서 문화까지, 인간 본성의 적응도, 사회과학, 예술과 그 해석, 윤리와 종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삼고 있다.  

   

   각 장에서 메모한 내용을 옮겨 본다.

옮긴이 최재천 교수는 중국 격언에, 올바른 이름을 지어 주는 데에서부터 지혜가 싹튼다는 소개로부터 Consilience를 통섭으로 번역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1장 이오니아의 마법 

   이오니아의 마법은 통합 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탄탈로스(Tantalos,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로 손에 닿을 것처럼 보이나 결국 잡지 못하고 좌절하고 마는 징벌을 받는다. : 배고파 과일을 따먹으려고 손을 뻗으면 과일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간다.)

   축자주의(逐字主義)적 해석이란 글을 해석하거나 번역할 때에 원문의 글자 하나하나를 좇아 그대로 하는 방식을 내세우거나 고집하는 태도를 말한다. 스토아 강령은 자연법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인본주의의 도덕적 명령은 오직 노력이다.     

2장 학문의 거대한 가지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Icaros)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백랍(白蠟)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미궁을 탈출하다가 아버지의 충고를 잊고 태양에 너무 접근하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지. 이를 다음으로 연결한다. 지식의 파편화와 그것으로 인한 철학의 혼란은 실제 세계의 반영이기보다는 학자들이 만든 인공물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혼란이란 논증이나 추론이 하나의 경험 세계로부터 다른 경험 세계로 전달되는 경우에 일어나는 실수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요술에 걸린 베틀이다’ 인간은 이 베틀을 통해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직조해 낸다.     


3장 계몽사상

   환원주의란 다양한 현상을 기본적인 하나의 원리나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으로 물체에 대한 모든 명제는 현상으로서 감각에 직접 주어지는 것에 대한 명제로 환원 가능하여야 한다는 인식론이다. 전체주의는 문명의 하드리아누스 방벽인 종교적 권위를 뚫고 밀려왔다. 학문의 분화는 계몽사상기(자유로운 연구 윤리의 도입)에 시작되어 극단적으로 전문화한다.

   포스트모더니즘 對 계몽주의를 비교하는데, 자크 데리다(해체주의자)가 말하기를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4장 자연과학

   과학은 철학이나 신념체계가 아니다. 실제 세계를 탐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다.

   진화생물학에서 개체의 능력은 니치(niche)에서 자신들의 적응도를 극대화하는 선까지 진화한다. 각각의 종은 고유한 감각 세계 속에 산다.

   과학혁명의 세 조건은 ‘창조성과 끊임없는 호기심’, ‘추상화하는 능력’, ‘수학’이 자연과학에 놀랍도록 효과적이다. (수학은 자연과학의 자연언어다) 극미 존재자를 찾으려는 시도는 서양 자연과학을 추동해 온 능력이다. 원자와 DNA를 볼 수 있고, 이론상 원자 배열을 통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전제는 적을수록 좋다. 단순함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최고다. 환원주의 없이 복잡성을 추구하는 것은 예술이지만, 환원주의로 무장하고 복잡성을 탐구하면 그것이 과학이다.     

6장 마음

   뇌과학의 급부상, 뉴런, 시냅스     


7장 유전자에서 문화까지

   과학 문화와 인문학 문화 간의 경계를 국경으로 보지 않고 양쪽의 협동 작업을 애타게 기다리는 미개척지로 보자. ‘유전자․문화공진화(gene-culture Coevolution)’

   생물학에서 해부 구조, 생리, 인지 그리고 행동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물림되는 모든 규칙성을 통칭해서 후성규칙이라 한다. 이 규칙들은 제대로 기능하는 유기체를 만들어 내는 발생과 분화의 알고리즘이다.  

   

8장 인간 본성

   인간 본성이란 문화의 진화를 한쪽으로 편향시켜 유전자와 문화를 연결해 주는 정신 발달의 유전적 규칙성을 말한다. 인간 본성의 탐구는 후성 규칙들의 고고학이다.

‘웨스타마크 효과(생물학적으로 어렸을 때 자신들과 가깝게 지냈던 개체들이 성적으로 접근해 오면 거부한다(문화적 근친상간 회피) VS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9장 사회과학

   의학에서는 통섭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빠르게 발전해 왔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통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지식의 위계성을 일축하며, 정치이념 때문이기도 하다. 문화상대주의에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다. 생물인류학에서 문화란 유전 역사의 산물이라 보고, 문화인류학에서는 유전 역사와 상관없는 고차원적 현상이며 실제적으로 어떤 제한도 없이 사화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통섭을 향한 첫걸음은 사회과학이 서술적, 분석적으로 진행될 때 진정한 과학이겠지만 사회 이론은 아직 진정한 이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있다.     


10장 예술과 그 해석

   과학 물질세계와 수렵인과 시인의 감수성 사이에는 그 어떤 장벽도 없다.     


11장 윤리와 종교

   진정한 인격은 종교보다 더 깊은 원천에서 유래한다. 그것은 한 사회의 도덕적 원리들을 내면화한 것으로서 개인적으로 선택되고 고독과 역경의 시련에 충분히 견딜 만큼 강건한 신조들에  의해 확대된 것이다. 큰 위기에 부딪칠 때마다 초월적 권위에 항복하고 싶은 유혹이 존재하며 아마도 당분간 더욱더 그럴 것이다. 종교는 초유기체(Super organism)로 종교는 생활사를 가진다.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통섭은 봉합선이 없는 인과관계의 망이다. DNA의 수선으로 의지적인 진화의 시기가 예상된다. 1991년 행했던 제2 생물권(Biosphere) 프로젝트는 우리가 의존하는 살아있는 환경과 인간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PAT 공식= 인구 ×1인당 부(소비량) ×소비 유지에 사용되는 기술 의존 척도

PAT는 생태적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으로 시각화된다. 유럽 3.5 헥타르, 미국 5헥타르, 개도국 0.5 헥타를 현존 기술로 전 세계를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지구 같은 행성이 두 개 더 있어야 한다. 생물 다양성이 위기에 처해 있다.     


통섭은 2005년 1판 1쇄가 나왔으나 내가 읽은 것은 (주)사이언스북스가 사이언스 클래식 5로 2013년 11월 1판 31쇄 내놓은 것이다. 최재천과 장대익 교수가 본문 558쪽으로 옮겼다.


P.S. 2014년 5월 8일 오전 12:14 남긴 노트를 재수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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