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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y 10. 2024

잃어버린 지평선 Shangri-ra

제임스 힐턴 지음

Paradise is where i am


   현실이 고달프거나, 일상이 무료해질 때가 있다. 이상향, 유토피아를 꿈꿀 때다. 이상향은 중국의 시에서,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의 소설에서 생긴 고유명사이듯 같은 의미로 쓰는 샹그리라(Shangri-ra)는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유래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사고 싶었으나 품절상태였고, 재출간된다는 소식도 없던 차에 알리딘 중고샵에서 2009년 발행된 초판을 구했다.    

 


   프롤로그는 베를린의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난 4명의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옛날에 사라진 친구인 콘웨이를 알고 있다. 콘웨이를 만나 전해 들은 친구의 이야기를 기록한 원고를 읽어가며 시작한다.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소설이 1930년대에 나왔으니 현재의 파키스탄도 당시에는 인도였다)의 바스쿨이란 지역에서 콘웨이라는 영국 영사, 부영사인 맬린슨, 미국인 바너드, 브링클로라는 선교사가 전투를 피해 비행기를 타고 탈출했으나 티베트에 불시착(안착)했다. 창이라는 중국인과 티베트 사람들에 안내된 4명은 문명 세계와 다른 그곳, 샹그리라 사원에서 외부로 가는 수단이 확보될 때까지 휴식을 취하며 샹그리라의 생활에 적응해 간다.

   샹그리라는 쿤룬산맥 어딘가에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들이 감싸고 있는 폭 2~8km, 길이 20km 계곡으로 온화한 날씨와 비옥한 지역으로 묘사된다. 그곳은 라마승이 다스리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계다. 라마승이 중용과 예절로 다리는 공동체이며, 외부와 접촉이 없다. 라마승들은 삶의 진행 속도를 늦추어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1700년대에 샹그리라에 들어온 카푸치노 수사(페로)가 대라마승이 되어 100세가 넘도록 살고 있으며, 1804년에 헨셀이라는 오스트리아인이 두 번째로 푸른 달 계곡에 들어와 금광을 개발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 한 채로 금을 이용해 그랜드 피아노, 당시로는 최신시설인 욕조, 난방시설 등을 갖춘 샹그리라를 만든다. 헨셀이 외부인에게 총살당한 이후 후계자를 찾던 대라마승은 콘웨이에게 후계자가 돼라 한다. 대라마는 콘웨이의 성품과 행동을 통해 그가 샹그리라에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해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달 가까이 샹그리라에 머물면서 바너드와 브링클로는 샹그리라에 정착하기로 결정하지만 맬린슨은 줄곧 탈출을 궁리한다. 성격이 급한 맬린슨은 탈출계획을 실행하며 콘웨이에게 함께 탈출하자고 조른다. 탈출 제안에 샹그리라에서의 삶과 현실로 돌아가는 것에 혼돈을 경험한다. 탈출에 동참한 사람은 콘웨이, 맥릴슨 그리고 콘웨이와 맬린슨이 함께 사랑했던 만주족 왕족 출신 소녀 로첸뿐이다.     


   에필로그에서는 원고를 다 읽고 난 후 다시 만난 화자와 친구 간에 원고 이후에 콘웨이의 행방, 샹그리라의 위치, 만주족 소녀였던 로첸이 소녀인지 노인인지 등 콘웨이가 전해 준 사건들이 사실인가를 확인하려는 노력 등을 묘사하는데 어떤 것은 사실이고 어떤 것은 확인할 수 없다. 화자의 친구와 상하이, 일본 하와이에서 친구에게 샹그리라 체류 경험을 전해주었던 콘웨이의 이후 행방은 태국에서 보낸 마지막 편지로 아마도 샹그리라를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1930년대 소설이 출간된 이후 많은 사람이 소설을 읽었고 오늘날 미국 대통령의 공식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가 1942년부터 1953년까지 샹그리라였다고 한다. 1930년대 미국의 포켓 북스에서 첫 번째 페이퍼 북으로 『잃어버린 지평선』을 선택했다고도 한다.


P.S. 제임스 힐턴의 장편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은 황연지님이 번역하여 2009년 초판이 나왔는데, 내가 알라린 중고샵에서 구입한 것이 초판본으로 본문 279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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