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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y 20. 2024

페스트 La Peste

까뮈 지음

   14세기 스키타이 초원에서 크림반도를 거쳐 콘스탄티노플과 피렌체, 파리, 런던을 휩쓴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삼 분의 일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은 역사다.


   <La Peste>는 알베르 까뮈가 2차 대전 후 알제리 오랑이란 항구도시에 베르나르 리유라는 의사를 서술자로 두고 인간의 삶을 그린 소설이고.   

   역사와 철학이 주지 못하는 걸 문학이 줄 수 있음을 장 타루가 페스트에 굴복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확인한다. 그는 성스러움을 추구하고 인간에 대한 봉사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던 사람이었기에. 노트를 기록하고 작품해설을 보려 한다. 내가 느낀 것과 해설의 틈이 얼마나 가까운가를 알고 싶다. Peste는 베르나르 리유라는 의사가 Peste가 창궐하기 전에 허약한 아내를 요양원으로 보낸 후부터 시작한다. 리유는 소설의 주인공이다. 장 타루, 리사르, 늙은 카스텔, 그랑, 랑베르, 코타르, 라울, 파늘루라는 조연과 Peste가 시작돼서 수많은 목숨을 먼 나라로 데려가고 제풀에 힘이 떨어져 폐쇄된 도시가 개방되기까지,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까뮈는 5부로 소설을 구성했으나 독자인 나는 내 나름대로 동심원이 확대되는 것처럼 4단계를 거치며 소설을 재구성하여 읽는다.

   첫 단계에서 도지사 리사르와 의사인 베르나르 리유의 입장차이, 즉 도시에 퍼지는 병을 Peste라 인정할 것인가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관료와 의사의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인다. 다음과 같이……. 『리사르는 주저하다가 리유를 건너다보았다. “솔직하게 당신 생각을 말해 주시오. 당신은 이것이 Peste라고 확신합니까?” “질문을 잘못하셨습니다. 이건 어휘의 문제가 아니고 시간문제입니다” “선생의 생각은 결국”하고 지사가 말했다. “이것이 설령 Peste가 아니라 해도, Peste가 발병했을 때 취하는 예방조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겠군요” “기어코 제 의견을 필요로 하신다면 사실 제 의견은 그겁니다”』         

   

   두 번째 단계는 Peste를 공식화하는 단계다. 지사가 파리로부터 받은 전보 공문에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Pesto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하라.”    

    세 번째 단계는 베르나르 리유와 장 타루의 대화이다. “신이 있는가 없는가?”  Peste로 죽어가는 사람수가 급격히 늘어갈 때 신을 탓할 것인가, 신을 원망할 것인가를 두고 이루어지는 대화를 삼 단계로 본다.

     마지막 단계는 인간에 대한 봉사가 평화를 가져온다.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라고 말하고 싶어 리유가 서술자로서 이야기를 쓴 거라는 고백이 네 번째 단계다.     

   호텔에 사는 장 타루는 차장 검사를 아버지로 두었기에 한때 유복한 시절을 지내 넉넉해 보이는 젊은이다. 그는 Peste 창궐로 도시가 폐쇄된 기간 내내 수기를 써 일상을 기록한다. 성스러움을 추구하고 인간에 대한 봉사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던 사람이다. 11월에 장타루와 리유는 테라스에서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우정의 시간을 갖는다. 리유는 타루의 인생을 들어주고 방파제와 가까운 바다에서 수영하며 달콤한 추억을 만든다. 정월에는 타루가 Peste에 굴복한다. 수용소에 격리하지 않고 베르나르와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리사르는 도지사로 Peste를 공식화하기를 주저하는 전형적인 관료지만 책임을 다하다 죽는다.

   늙은 카스텔은 Peste 혈청을 만들기를 반복하고 10월에는 실험한다. 그가 만든 혈청의 효과였는지, 겨울이 왔기 때문인지, Peste가 힘을 잃어서인지 명확지 않지만 그랑이 살 수 있었던 까닭 중 하나다.

   그랑은 시청 하급 공무원으로 아내 잔은 그를 떠났지만 잊지 못하고 글로 그리움을 쌓아둔다. 그랑은 Peste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때 봉사대인 보건대에서 서기 비슷한 역할을 해낸다. 베르나르 리유는 그랑을 보잘것없고 존재도 없는 영웅으로, 가진 것이라고는 약간의 선량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본다.  그랑에게도 Peste가 들어온다.  떠나간 아내 잔에게 행복하게 살라는 편지를 쓰고 싶다며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며 울 수밖에 없었다. 소설 한 장을 넘기니 쥐가 다시 나타난다. 그랑의 병세가 호전돼서 소설 끝까지 살아 봉사한다.  

   랑베르는 폐쇄된 도시에서 탈출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신문기자다. 탈출 직전에 탈출을 포기하고 오랑에 남아 보건대 일에 동참한다.

   코타르는 연금생활자로 한때 자살을 기도했지만 폐쇄된 도시로 들여오는 물자를 암거래해 돈을 모은다. Peste가 쇠퇴하자 불안해하고 급기야 총을 쏘는 미친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체포된다. 

   라울은 랑베르의 도시 탈출을 도와주려 노력한다. 1만 프랑을 받기로 하고.

   파늘루는 인간보다 신의 의지에 믿음을 깊게 가진 가톨릭 신부다. Peste가 만연하자 자원봉사에 열성적으로 힘을 보탠다. 그는 “신부가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는다면 그것은 모순”이라고 의사의 진료를 거부한다. 병명 미상으로 기록된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 3부는 Peste 절정기의 아랑을 묘사한다. 봄에 시작된 Peste가 8월에 절정에 이른다.  공포와 반항을 내포한 생이별과 귀양살이, 시내에서도 격리구역 설정하기, Peste 균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빈발하는 방화. 최대한의 신속성과 최소한의 위험성을 바탕으로 한 장례식. 곤궁이 공포보다 절박해지는 상황.  절망에 습관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보다 나쁜 것이다. 개와 사람의 죽음의 차이는 확인도장을 받느냐 마느냐의 차이다.

  

 소설 4부는 9월부터 12월까지의 기록이다. 10월에 큰비가 내리고, 혈청은 성공하지 못하고, 혈청을 투여한 어린이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모두 큰 충격을 받는다. 11월은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간다. 태양이 힘을 잃어간다. 12월이 되면 그랑의 병세가 절망과 희망을 주고받는다.

  

 소설 5부는 정월부터 이월까지의 기록이다. Peste가 약화된다. 겨울 추위와 함께. 카스텔의 혈청도 효과가 나타나고. 병이 제풀에 힘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 흥분과 의기소침이 교차한다. 단말마의 고통과 기쁨의 중간지점이다. 정월에 장 타루가 죽음에 굴복하고 이튿날 베르나르 리유는 일주일 전 요양 가있던 안내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는다. 2월 어느 날 오랑시는 폐쇄했던 문을 연다. 랑베르가 기차역에서 아내를 기다릴 때 행복은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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