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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y 22. 2024

논어 한글역주 1

도올 김용옥 


  형은 고개 너머 서당으로 한문을 배우려 다녔으나, 나는 군복무를 마치고서야 논어를 배워 보려 했다. 공주시내 유림학당에 몇 번 갔다가 따라갈 수 없어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한자를 모르니 마음과 달리 배울 방법이 없다. 단행본 논어는 읽어도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논어를 몰라도 직장 생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도 아닌데 라며 잊고 살았다. 


   2009년 초 도올 김용옥 선생이 피땀으로 주석한 논어가 출간돼 사둔다. 더 미루어 둘 수 없다는 절박함(?)에 논어 한글역주 1, 2, 3을 읽는다. 도올의 글은 쉽지 않다. 불교, 기독교, 동양철학, 서양철학, 정치, 문명을 넘나 든다. 논어를 연구한 중국의 주석자 여럿과 다산 정약용, 일본, 미국 학자들의 견해를 나열하고 도올의 해석을 담고 있으니 쉬울 수가 없는 거다. 하루 네댓 시간씩 시간을 내도 한 권을 읽는데도 거의 일주일이란 시간이 간다. 한자 원문을 이해하고, 마음에 담아 두고 싶은 문장을 외워 보려 하고, 주석도 꼼꼼하게 보자는 독자의 읽는 방법이 더 어렵게 한다. 그렇다고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올의 논어 한글 역주는 세 권이다. 각 권이 600쪽이 넘는 분량이다. 1권의 通序는 ‘人類文明全觀’을 통해 논어를 공부하는 까닭으로 연결하는 도올의 의식을 드러낸다. ‘공자의 생애와 사상’으로 논어를 공부하기 위한 배경을 설명한다. ‘논어해석사강’에서는 중국, 조선, 일본에서 논어를 해석해 온 역사를 정리한다. ‘論語集註序說’은 주자가 지은 논어집주의 서설을 도올이 풀어준다. ‘번역론’은 국가가 번역에 관심과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논어는 20편으로 구성됐는데, 편의 첫 글자로 편명을 삼은 것이 그저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맥락을 갖고 있다는, ‘우연적인 듯이 보이는 잡다한 자료들을 어떤 필연적 연관성 속에서 틀 지워간 매우 치밀한 편집의 결과’라고 말한다.     


『논어 한글역주 1』은 學而 第一, 爲政 第二와 八佾 第三의 일부분을 담고 있다. 이것을 독서노트에 요약 정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 관점을 새롭게 하는 글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옮겨 둔다.     


通序 人類文明全觀 

 ‘서양 역사나 서양 정신사의 프로토타입이 모두 소크라테스이전 철학에서 출발하여 소피스트를 거쳐 아리스토텔레스에게로 완성되는 희랍 고전 철학시대로 귀속되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며 드는 생각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 단편선』을 읽은 게 잘한 선택이구나.

   도올이 ‘고대문명의 방대한 문헌과 유물을 수천 년간의 축적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리스 로마를 이야기하거나, 서구 문명의 시원을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으로 단순화시키는 발상은 “기독교 신학의 확대해석적 오류”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동서고금의 모든 문명의 편견으로부터, 그 가치의 폭력으로부터 해탈되지 않으려면 편애한 인간 존재 이해의 미로를 헤맬 뿐이다. 도무지 고전을 공부할 所以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어려운 주석서를 읽으려고 마음먹은 거다. ‘자본주의, 민주주의, 과학을 배워 서구 문명의 위대한 성취를 따라잡는다 해도 결코 인류 사회가 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발전한다거나, 우리의 삶이 개선된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 

   위의 세 가지가 서구 문명의 총결이라고 한다면 결론은 편협한 그리스 로마 문명의 흐름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고, 그것은 모두 기독교 문명의 횡포 속에 갇혀있는 것이다. 희랍인의 수학, 유대인의 종교적 광신, 그리고 갈릴레오 이래의 자연과학이 모두, 기독교라는 미신관의 텐션 속에서 오늘날 모든 제국주의적 문명의 형태에 기여한 것이다.’ 이 문장은 옳다고 해도 여러 사람에게 욕먹을 듯하다. 회갑을 넘긴 도올은 한글이라는 우리 언어의 시각적 표현 방법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문화 자산이 대부분 한문을 매개로 이루어진 사실에 중국의 고경인 13경 전체에 대한 주석을 시도한다고 밝힌다. 이는 중국 역사를 통해서도 한 사람이 13경 전체를 주석한 예는 거의 없다고 한다. 도올의 건강을 빌어주는 것이 독자의 몫이다.

   ‘번역이야말로 가장 오리지널하고 창조적인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란 “왜놈들이나 하는 천박한 짓”이라는 식으로 폄하해 온 것’에 대해 힐난한다. ‘일본 학계야말로 번역을 중시하는,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는 학문의 장’이라는 도올의 평가에 100% 공감한다. 독자는 이미 『번역과 일본의 근대』와 조선에는 없던 서점이 중국과 일본에 수백 개가 있었다는 조선통신사의 보고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최영애-김용옥 표기법”(씨케이 시스템 C.K.System)은 중국어, 일본어 표기의 문제를 음운학의 성과 위에서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접근한 우리나라 최초의 표기법이다.

   공자의 삶에 대한 정보는 사마천의 『공자세가』를 보라고 한다. 공자-증자-맹자. 중용의 저자는 자사로 공자의 손자다. 논어는 공자 사후 오랜 세월에 걸쳐 공자 문인들의 다양한 유파에 의하여 성립한 단편들이 집적한 것이다. 

   程子曰 “논어를 읽으매, 읽기 전에 “이런 놈”이었는데, 읽은 후에도 “이런 놈”일뿐이라면, 그놈은 전혀 논어를 읽은 자가 아니다.” 그러니 독자는 논어를 읽은 자가 아니다.     


學而 第一 

子曰 :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뒷문장에 주목

子曰 : “巧言令色, 鮮矣仁!” 그렇다.

曾子曰 :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子曰 :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허물이 있으면 고쳐야

曾子曰 : “愼終追遠, 民德歸厚矣” 요즘에는......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已”

子曰 :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爲政 第二 ---

子曰  :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불유구는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孟武伯問孝, 子曰 : “父母唯其疾之憂”

子遊問孝, 子曰 “今之孝子,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 不敬, 何以別乎?”

子曰 :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子貢問君子, 子曰 : “先行, 其言而後從之”

子曰 :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子曰 :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子曰 :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子張學干祿, 子曰 :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


八佾 第三 ---

아직은 메모해 둘 것이 없다.  

   


『논어 한글역주 1』은 2009년 1월 21일 통나무에서 본문 627쪽 분량으로 내놓은 것이다. 도올 선생님의 건강을 빈다.


P.S. 23년 전에 쓴 메모를 다시 읽는다. 논어 한글 역주 2와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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