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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May 30. 2024

스탠드펌

스벤 브링크만 지음

   책을 선택하고 후회할 때가 있다. 고전보다 신간의 경우가 더 자주 그렇다. 여러 사람이 읽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감과 기대로 선택한 탓이다. 『스탠드펌』에서 동어반복을 보는 듯한 지루함과 줄가리 닿지 않는 문장, 침소봉대를 보며 읽다가 몇 시간을 쉬어야 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자기 계발에 몰두하고, 개인이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워, 미래를 준비하는 분위기를 전제로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살아가기 위해 어찌할 것인가를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이 안티 자기 계발서라고 한다. 부제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으로 잘 뽑아서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굳건히 서라’는 <스탠드펌>의 바탕에 스토아 철학을 깔고 있다. 

‘1. 멈추다: 자기 중독을 끊어내자. 

2. 바라보다 : 삶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자. 

3. 거절하다 :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4. 참다 : 감정을 다스려라. 

5. 홀로 서다 : 코치와 헤어지기. 

6. 읽다 : 소설 읽기. 

7. 돌아보다 : 의미 있는 일을 반복하자’로 본문을 구성한다.


   홀로서기를 위해 코치와 헤어지기는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이 일과 생활, 감정 다스리기까지 폭넓게 코칭받는 분위기에서 찾아낸 방법이라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일이다. 자기 계발서나 전기는 단선적으로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로 자신을 고문하게 한다며, 복잡다단한 삶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매월 한 권씩 소설을 읽는다고 한다.      

   나의 삶에서 어떤 것이 미성숙한 삶을 소비하는 방법인지 깨달아야 한다. 

   

   저자는 긍정심리학을 부정적으로 본다. 마틴 셀리그만이 1988년 미국 심리학회장이 되었을 때부터 긍정심리학이 급속한 성장을 했다고 평가한다. 셀리그만은 행복 변수의 8~15%만 외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대부분은 내적 요인에 원인을 둔다. 이는 행복과 불행이 온전히 내 탓이라고 몰아붙인다고 본다. 나도 이미 셀리그만의 『플로리쉬』를 읽었다.     


   인생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암에 걸리거나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받아들여야지 어찌할 것인가. 삶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면 미래의 시련을 준비하게 된다. 스토아 철학에서 ‘부정적 시각화’라는 기법이다. 메멘토 모리를 떠올려야 한다. 에픽테토스가 ‘투사적 시각화’로 화를 억누르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상황의 하찮음’을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어느 날 삶의 좋은 것들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한다. 덕은 자기 본성과 조화를 이루며 살도록 해준다. 본성대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좋은 사람이다. 이성은 이론적인 동시에 실용적이다. 마음의 평화는 덕을 이루는 디딤돌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평정심과 존엄을 지켜야 한다.     


   『스탠드펌』을 읽느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세네카의 『인생은 왜 짧은가?』, 키케로의 『의무론』을 읽는 것이 좋으리라. 에픽테토스의 글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스토아 철학은 자기 통제, 마음의 평화, 존엄, 의무, 삶의 유한한 본성에 대해 성찰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샀던 책 중에서 가장 후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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