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 지음
여행하며 읽어도 좋을 크기로 양장 편집된 우화 모음집은 11개 갈래로 우화를 묶어 놓는다.
어떤 우화는 태조 이성계와 무학 대사가 나누었다는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것은 새옹지마를 떠올리게 한다. 이솝우화와 비슷한 것도 있다. “꿀벌한테서는 꿀을, 말벌한테서는 침을, 하지만 둘 다 같은 꽃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며 우화를 읽고 웃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은 관점을 다양하게 갖게 함이라는 명제를 우화로 쉽게 확인한다.
‘영리한 앵무새’, ‘장군?’, ‘사자의 몫’, ‘그 당나귀는 어떻게 만족하는 법을 배웠나?’는 쉽게 경험에서 배운다는 우화다. ‘거기 누구?’는 우화지만 두 번 읽고서야 뜻을 알게 된다.
‘칼리프의 보상’에서는 가난한 남편이 불만인 아내를 설득하는 대화에서 멋진 비유가 있다.
“여보, 당신의 그 고통이 모두 욕망에서 오는 것이오. 우리 젊었을 때를 생각해 봐요. 얼마나 만족하며 살았소? 지금은 온통 금덩이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만, 그때에는 당신 자신이 바로 황금이었지! (중략) 우리 두 사람, 오래 신은 신발처럼 편해야 할 터인데, 그런데 한 짝이 새로 산 신발처럼 발을 물기 시작하면 나머지 짝도 쓸모가 없지 않겠소?”
라일리와 칼리프
“오 그대가 라일리인가?
칼리프가 말했다.
“그대가 내 친구 마즈눈으로 하여금 사랑에 빠져서 정신을 잃게 만든 그 미모의 라일리라고? 이해할 수 없군. 내 눈에는 다른 여자와 별로 다른 바 없는 평범한 용모인데?”
라일리가 대꾸했다.
“하지만, 당신은 마즈눈이 아니잖아요?”
나이 오십이 넘어 우화를 읽는다.
루미는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으로 ‘이슬람 세계의 셰익스피어’로 불린다. 이슬람 세계의 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영역본을 가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 루미의 이름을 딴 재단이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 루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거다.
<루미의 우화 모음집>은 2010년 3월에 초판이 나왔고, 오십 대 독자는 2016년 초판 2쇄, 본문 199쪽 분량을 읽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