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 지음
근육의 발달이 끝나고, 감수성마저 남아 있지 않다. 김수영의 시에서 감동받지 못하고 루미의 시에서도 울림이 작다. 어떻게 시간과 공간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메마른 감성을 탓할 수 있는가? 요즘, 우리나라 시인의 시를 읽어야 할 일이다. 그나마 갈라진 논바닥에 물대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루미詩抄>의 부제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를 느끼고 싶다. 시집을 덮어도 느낌이 오지 않는다. <루미 우화 모음집>에 실린 우화가 <루미詩抄>에 있어 시와 우화가 현대에 우리가 구분한 것임을 안다. 과거 언젠가는 우화를 시로 낭송하던 것이리라. 루미가 활동하던 때는 13세기다.
- 젓대소리-
날마다 밤마다 음악
고요함 그리고 맑은
젓대소리, 그것들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지느니
- 꾀꼬리 -
새들의 대표가 솔로몬에게 불평하기를
“한 번도 꾀꼬리를 심판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꾀꼬리가 솔로몬을 위하여 변명하는데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나는 노래한다. 나머지
아홉 달, 너희들이 짹짹거리는 동안
나는 침묵한다.”
- 나는 작은데 -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작은데
이 큰 사랑이 어떻게 내 몸 안에 있을까?
네 눈을 보아라. 얼마나 작으냐?
그래도 저 큰 하늘을 본다.
- 과수원 -
봄의 과수원으로 오라. 여기에는
볕이 있고 포도주가 있고
석류꽃그늘 아래 달콤한 연인이 있다.
그대 만일 오지 않는다면
이 모두 아무것도 아니다.
그대 만일 온다면
이 모두 아무것도 아니다.
<루미시초>는 ‘늘봄’에서 2014년 9월 초판을 냈고, 지은이는 마울리나 젤랄렛딘 루미, 옮긴이는 이현주님이다. 본문 145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