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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un 22. 2024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스님 지음

   특별한 종교를 믿지 않는다. 성경과 불경, 코란과 우파니샤드를 읽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권의 경전으로 종교의 일부라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생활인으로, 문자로 기록된 경전을 읽는 것은 고전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한글로 번역된 코란, 육조단경, 우파니샤드를 읽어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법정스님, 법륜스님은 활발하게 대중과 호흡했거나 하는 중으로 안다.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을 쓴 법인 스님은 책을 통해 알게 된 거다. 땅 끝 마을 일주암에서 사는 모양이다. 해남 미황사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세상 속으로 걸어 나온 절’이라는 슬로건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한겨레신문에 글을 연재하고 이 책은 그런 글들을 모아 낸 것으로 보인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쉬고 싶거나 화가 날 때면 템플 스테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독자가 실천하지 못한 일이다. 내겐 思而不學則殆인 거다.     


   1장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2장 쉽지 않지만 가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라, 3장 아름다운 만남은 어떻게 오는가, 4장 스님의 반성문으로 구성됐다. 책 제목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은 1장 제목과 같다. 수십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책이 주는 느낌이 좋다거나, 울림이 있다거나 하지 않으면 실증을 느낀다. 그런 실증은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의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깔끔하게 없어지고 밑줄 친 구석이 많아지더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을 살피다’라는 소주제에 소개한 글이 좋다. 

“최고의 진리는 가장 단순한 곳에 있다.”(마하트마 간디) 

‘나는 출생을 묻지 않는다, 다만 행위를 물을 뿐이다’(법구경) 

“세상이 혼란하고 힘든 것은 사람들이 못 배워서가 아니라 잘못 배워서다.”(시골 할머니의 한마디) 

‘나에게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論語) 

‘풍부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사와 동사 앞에 생기를 불어넣는 ‘형용사’와 ‘부사’가 필요하다.’ ‘하고자 하는 얻고자 하는 그 마음과 행위는 선과 악의 윤리로 덧씌울 수 없는 모습이다. 생명이 가진 무한한 역동, 상상력, 독창적 삶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인 욕망에 대해 오랜 세월 종교와 윤리, 지배 체제가 조작하고 세뇌한 관념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주체적인 생명은 남의 삶을 엿보거나 자기 삶을 헛되게 소비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것, 의미 있는 것을 찾아 자기만의 느낌과 감동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생명이다.’ ‘사유의 힘이야말로 모든 삶의 방향과 몸짓의 근간이다.’(한나 아렌트가 평가한 아이히만이 그러하다) ‘이름이야말로 곧 의미 지향의 핵심을 말 한마디에 담아내는 선언이자 약속이다.’ ‘사과문은 정확한 문법으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우리의 갖가지 괴로움과 불안, 불만족은 숙명적인 것이 아니다. 그에 맞는 원인이 있다. 본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합쳐져 고통이 생긴다.  고통은 영원한 게 아니다. 조건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임으로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면 없앨 수 있다. 그래야 자유와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다. ‘세월이 젊은 시절의 가장 위험한 약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면, 그것은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얼마나 값진 선물인가’ 벵갈 성자 라마크리슈나의 말이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미 당신이 행복하다면 그것들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간디가 말한 ‘일곱 가지 사회악’은 원칙 없는 정치, 일하지 않는 부의 축적, 양심 없는 쾌락 추구, 개성 없는 지식 축적, 도덕성 없는 통상 교역, 인간성 없는 자연과학, 자기희생 없는 종교라고 갈파한다. ‘모든 것은 그것 하나로 서 있지 않다. 나무가 산에 의지하여 있고, 산은 나무에 의지하여 있다. 산과 나무는 바람과 햇볕, 물과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오로지 그것 하나만 살고자 하면 하나도 온전하게 살 수 없다.’ ‘게으른 손은 추하고 일하는 손은 아름답다’ ‘손길 하나에도 기쁨과 슬픔이 묻어나고 말 한마디에도 가시 돋고 꽃이 피니 몸 마음 모두를 낮추면 걸리는 일 없으리’ ‘하늘의 별을 따다 꽃밭을 만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이다’ ‘조건 없는 배려와 헌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관심이란 이름으로 부당한 간섭을 하지 않으며, 내가 살아온 환경과 취향으로 이웃의 생각과 행위를 규정하지 않으며, 내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는 것도 ‘있어 온’ 것은 없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에게 해악을 끼치는 가해자가 된다면, 우리는 그 즉시 피해자가 된다. 왜냐하면 가해하는 당신의 마음은 곧 고통과 분노가 기반이 되어 평화로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성의 있는 눈길의 마주함과 마음 있는 표정의 부딪힘에서 기쁨과 사랑이 발생하는 법이다.’ ‘소소한 사물 하나하나에 경건과 정성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자는 결코 하늘을 우러를 수 없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박노해) ‘출가는 포기이자 선택이며, 선택이자 포기다’     

이양연의 시, 야설(野雪)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덧붙인 잡다 : ‘개간 선사’ 혜월 큰스님 일화 : 문전옥답 다섯 마지기, 산자락 황무지 세 마지기, ‘속살림과 겉보매’, ‘一日不作 一日不食’, ‘울력’,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은 2015년 3월 초판이 나왔으나, 독자는 2017년 2월 초판 4쇄, 본문 323쪽 분량을 읽은 거다.     


P.S.  2024. 6.22토) 독서노트를 다시 읽어도 좋다. 책 읽는 기쁨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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