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26.(수) 06:49
책은 얼음장을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클리셰다. 독자에게 이미 형성된 지식(스키마)이 있을 때 이를 부정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해내는 일이 책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루이스 다트넬이 지은 『인간이 되다』는 그 역할을 다한다. 흐름 출판사가 제공한 요약집으로 저자의 논리와 주장을 들어 본다.
머리말에서 에드워드 월슨의 『지구의 정복자』에서 선택한 문장이 “선사 시대를 모르면 역사를 이해할 수 없고, 생물학을 모르면 선사 시대를 이해할 수 없다”이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가? 공존의 터전으로 보는가?라는 다른 관점 중 『인간이 되다』는 환경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정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암시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신기관』에서 밝힌 관점을 따르고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이 물질적 풍요와 환경 파괴를 함께 낳았다. 인간이 21세기의 모습으로 진화하기까지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가설을 증명한다. 이를 위해 “인류의 역사를 깊이 파고들면서 문화와 사회와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었는가를 탐구함이 책의 방향이자 주요 내용이다.
인간의 장점(특성만 강조하는 시대에)과 결함을 함께 이야기한다.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의 결과 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언어를 사용하여 공동체 구성원과 이견을 조율하고 문화를 만들었다. 뛰어난 지능과 복잡한 뇌는 진화의 산물이다. 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장점에 관한 언급은 요약집에서 찾을 수 없지만, 본문에서 언급하리라 여긴다. 장점에 견줄 때, 목의 구조가 질식사의 위험성이 높다거나 직립보행 탓에 무릎에 부담을 준다거나 뇌는 인지적 결함과 버그가 넘쳐나며, 중독에 취약하고 척추가 부실하다는 결점도 서술해 흥미를 갖게 한다. 결함은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타협의 산물로 본다.
생물학 전공자인 루이스 다트넬이 인류학과 사회학의 연구를 빌어 인간의 한계를 서술한다. 인간은 특정 온도에서만 살 수 있고, 폐는 살 수 있는 고도를 제한하고 물과 영양분을 계속 섭취해야 한다. 바닷물을 마실 수 없고 미생물과 기생충의 침입에 취약하며 근육의 힘이 부족해 축력을 이용하거나 기술 발전에 의존한다. 잠을 자야 할 필요성은 사회의 활동 주기를 좌우한다.
또한, 우리 몸의 특징은 인간 문화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음을 전문적으로 설명한다. 모든 구어가 복잡한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정교한 발성 능력은 우리 종을 정의하는 특징 중 하나로 본다. 인간의 말에서 가장 흔한 자음이 ‘m’인데, 사람의 해부학적 제약에 따른 것이라 한다. 손가락이 10개인 것에서 고대 십진법과 오늘날 미터법으로 발전했다. 1초는 쉬고 있을 때 심장 박동 주기와 대략 비슷하고 1인치는 전통적으로 엄지의 두께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우리에게서 진화한 심리학적 메커니즘과 소질도 인간 문화에 특별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무리 행동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유행, 문화 규범이나 종교적 견해, 정치적 선호를 채택할 때 무리를 따르는 편향된 행동을 한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파동’과 2000년 초 버블로 주식 시장이 급락한 사례가 있다.
『인간이 되다』는 인간의 장점과 결함, 신체적 심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류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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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문제의식은 한 영역만으로도 연구하기에 벅찬 대주제이다. 루이스 다트넬은 여러 문제의식을 아우르는 연구의 결과를 통섭하고 있어서 연구자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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