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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by 노충덕

학교를 마치고 전공을 잊고 살았다. 전공과 무관하게 선택한 책인데 도시지리학을 공부하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것을 이진원이 옮긴 것으로 해냄 출판사에서 2011년 6월에 초판 1쇄를 냈고, 그해 8월에 나온 4쇄로 본문 542쪽 분량을 읽는다.


도시의 발달사, 한때 대도시였지만 쇠퇴하는 도시를 분석하여 왜 쇠퇴하는가? 다시 살아나는 도시는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가난한 도시에도 희망이 있음과 아프고 혼잡한 도시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즐거운 도시가 성장하고, 마천루라는 수직적 성장이 수평적 성장보다 친환경적이다. 정말 친환경적인 도시는 어떤 것인가? 도시가 성공하기 위한 방정식 등을 사례와 통계를 들어가며 주장한다. 재미있다.

아테네, 방갈로르, 뭄바이, 싱가포르, 런던, 파리, 도쿄, 보츠와나의 가보르네, 상하이, 뉴욕, 보스턴, 시카고, 휴스턴, 미니애폴리스, 디트로이트 등등의 도시 중 특히, 방갈로르, 싱가포르, 휴스턴, 뉴욕, 파리, 런던의 사례가 흥미진진하다.

스노 벨트에서 선벨트로 이동이 에어컨의 발명과 보급에 힘입은 바 크고(스노 벨트가 추우니까 따뜻한 선벨트로 인구가 이동한다는 얘기는 심각한 오류인데 이걸 가르쳐 왔다) 따뜻한 열차 내 냉동시스템이 도시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으며, 무엇보다 교통망과 주택의 공급과 수요의 함수를 풀어가는 것이 멋지다.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급격히 쇠퇴해 가고, 잘못된 정책은 도시의 회생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에 우리나라 울산, 당진 등 제조업 중심 성장도시가 걱정이다.


주요 내용 중 몇 가지를 옮겨본다.

도시는 인접성, 혼잡성, 친밀성을 특징으로 한다. 20세기 중반 운송 기술의 발달은 많은 도시에 쇠퇴를 가져왔다. 방갈로르는 해발고도 900m에 많은 인재를 모아 놓음으로써 발전 중이다. 방갈로르는 아이디어의 통로 역할을 하면서 민간 기업이 수천 명의 젊은이를 훈련하는 도시 교육의 허브다. 인도에서 20세기 초 마이소르의 총리였던 ‘MV 경’의 생각은 기반은 종국에는 쓸모없지만 교육은 한 똑똑한 세대가 다음 똑똑한 세대를 가르치면서 영속성을 갖는다는 논리를 폈다.

896574329x_1.jpg 원제 : Triumph of the City (2011년)


격자형 도로 패턴은 로마의 히포다무스가 창안한 것이다. 지혜의 집 바그다드, 세비아, 코르도바, 팔레르모엔 이슬람 도시의 흔적이 있다. 인적자본은 성공하는 도시의 핵심(플로리다의 주장)이다. 전자적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기술 혁신가들도 직접 사람을 만나서 얻는 혜택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돈을 쓴다. 시선의 마주침, 후각적 단서, 악수가 주는 따뜻함 같은 다양한 범위의 감각적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을 수 없다. 적어도 서양에서는 산업도시라는 이례적 시대는 끝났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1870년대 후반 육류 포장 업자인 구스타부스 스위프트가 냉장 열차를 도입한 후 시카고의 가축시장에 돼지가 아닌 소가 들어왔다. 크고 수직적으로 통합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생산적일 수 있어도, 도시의 장기적 성장에 필요한 역동적인 경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쇠퇴하는 도시에 수십억 달러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건물이 아닌 사람이 도시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파벨라 favela)는 빈민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1888년 페드로 2세가 유럽 여행 중일 때 섭정을 맡았던 딸이 노예 폐지를 선언하여 브라질 노예제도는 종식된다.


보스턴은 아일랜드 출신 미국인들의 모 도시이다. 흑인들의 미국 북부로의 이동은 위대한 서사시(20세기 초 뉴욕 인구의 2%, 시카고 인구의 1.8%만이 흑인이었다)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 시해 일주일 뒤 미국 의회가 인권법을 통과시켰다.


뭄바이의 다라비의 기업가 에너지는 도시 빈곤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도시 킨샤사.


파리의 5층짜리 건물은 오스만의 작품(1853년부터 1870년까지 파리 건물의 절반을 없앴다. 오스만은 도시를 구하기 위해 도시를 파괴했다)


에드워드 글레이져(고밀도 도시)는 제인 제이콥스(저밀도 낮은 경관의 도시)를 미워한다.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도시의 스프롤 현상. 파스칼이 1662년 최초의 대중 버스 체계를 구상한다.

1863년 런던이 가장 먼저 지하철 시스템 구축하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스프롤 현상이 심화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던 방화범이었다. 그의 월든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한다. 저밀도 공간에서 살기 위한 이동은 고층 메트로폴리스에 대한 전망보다 자연에 훨씬 덜 친화적이다. 운전, 전기, 난방, 대중교통수단의 탄소 배출량을 더하여 생각한다면 도시가 교외 지역에 비해 더 친환경적이다. 성장을 반대하는 생태학적 논리는 덜 온화한 기후 지역으로 신규 주택 공급을 밀어냄으로써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적절한 정치 제도와 교육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 두 요소가 오늘날 보츠와나의 가보로네를 원활히 기능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제번스의 역설(Jevons's Paradox)은 연료의 효율성이 더 높은 증기 엔진들이 반드시 석탄을 더 적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효율성의 개선이 소비의 축소가 아닌 소비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칼로리가 낮은 과자들이 허리둘레를 더 두껍게 만들고, 연료 효율이 높은 자동차들이 더 많은 기름을 소비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


P.S. 2013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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