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지음
네이버 DB를 검색해 보니 정민 교수가 짓거나 엮어낸 책이 예순네 권이다. 정민 교수의 책은 쉽게 읽어 꽤 여러 권 사 읽는다. 한문을 잘 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한문 공부를 많이 했으니 많은 책을 내놓았을 텐데, 그가 공부에 들인 공력은 생각지 않고 한문을 잘 알아서 좋은 책을 많이 낸다는 것만 부러우니 양심이 없는 거다.
책벌레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선택하고 정민 교수가 지은 책이라 고민 없이 산다. 엊그제 아이유라는 가수가 더는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도 돈이 좋긴 하지만 봉급으로 살아가는데 크게 빚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부러운 거라면 이덕무의 책 읽기다. 간서치라는 별명이 붙은 이덕무는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 무장인 이순신을 존경하지만 닮을 수 없다. <책만 보는 바보>에서 작가가 그려 놓은 이덕무의 곤궁함과 그 속에서 책 읽기를 놓지 않는 자세를 존경한다. 그래서 <책벌레와 메모광>에는 이덕무의 이야기가 실려 있으리라 짐작했다.
정민 교수는 2012년 하버드대학교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머물렀단다. 옌칭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사진 찍고, 메모하고, 복사한 것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알려 주고 싶은 것을 정리해 <책벌레와 메모광>이 나온 거다. 책벌레가 13개 꼭지고 메모광이 17개 꼭지다.
책의 주인이 바뀔 때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의 반응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장서인을 도려내고, 일본인은 소유권이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것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장서인을 찍는다. 중국은 장서인이 많이 찍혀 있을수록 값이 뛴단다. 포쇄[曝曬 : 책을 바람에 쐬는 것]에 얽힌 이야기는 책벌레(책벌레와 선비를 동일시) 이야기로 연결한다. 고서 속의 은행잎과 운초의 용도, 투인본, 붉은 책(홍인본: 초교를 보기 위한 교정쇄를 묶은 책) 이야기, 쓸 때는 또렷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는 오징어 먹물로 사기를 치는 이야기, 용서인(傭書人: 傭 품팔이용), 남 대신 책을 베껴주는 사람 이야기, 다산이 강조한 초서(鈔書 ;鈔 노략질할 초), 베껴 쓰기의 위력, 이덕무의 구서(讀書, 看書, 鈔書베끼기, 校書교정하며 읽기, 評書평남기기, 著書, 掌書, 借書남에게 책 빌리기, 曝書책에 햇볕을 쬐어 말리기), 책상 옆에 상자, 항아리를 두고 메모를 관리하는 이야기, 박지원의 말 등 위의 메모가 열하일기로, 다산의 책 속 메모, 오동잎 이야기와 그리움, 출전 메모로 찾아가는 책의 역사, 동시다발 독서, 재빨리 적는 질서법(疾書法) 등등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즐겁다.
<책벌레와 메모광>은 문학동네에서 2015년 10월 초판을 내놓았고, 독자는 2015년 12월 초판 4쇄, 본문 251쪽 분량을 읽은 거다. <미쳐야 미친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오직 독서뿐>, <일침>, <한시미학산책>, <죽비소리>, <마음을 비우는 지혜>가 책꽂이에 있다. 한문을 전공한 분이라서 고전을 풀어놓은 것이 주로 사 본 책이다.
P.S. 2017. 9. 초순 어느 날에
P.S. 졸작 <별일 없어도 읽습니다>가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로 선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