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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17. 2024

향료 전쟁(NATHANIEL’S NUTMEG)

가일스 밀턴 지음

향료 전쟁(NATHANIEL’S NUTMEG)

2025. 9. 16(월) 22:00


   NUTMEG는 육두구라는 향신료다. 17세기에 동남아시아 몰루카 제도의 여러 섬에서만 생산했다. 고기를 주로 먹는 유럽인에게 향신료는 중요했고, 흑사병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말에 수요가 늘어났다. 중세 시대에 아라비안 상인과 콘스탄티노플 상인을 거쳐 베니스 상인의 손아귀에 들어온 향신료(육두구, 정향, 후추, 계피)는 유럽에서 고가에 팔렸다. 가일스 밀턴의 『NATHANIEL’S NUTMEG』는 향료 전쟁으로 번역한다. 향료 전쟁은 향신료를 구하는 루트를 개척하는 과정에 에스파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각축을 벌이는 과정을 다룬다. 각 나라들은 자국 항구를 떠나 2~3년씩 걸리는 향신료를 구하는 항해에 도전한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자본이 투자됐다. 그럼에도 계속된 몰루카 제도로 향하는 상선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가와 상인들의 욕심을 반영한 것이다.     


   베니스 상인의 수익에 탐이 난 유럽 여러 나라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을 건너는 항로를 이용했고, 항로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던 시기라 북극해를 통해 동양으로 가려는 시도도 반복했으나 많은 사람이 죽었음에도 실패한다. 북동항로를 찾으려는 노력은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흥미를 갖고 투자한다. 네덜란드는 상인들을 주축으로 3회에 걸쳐 항해에 나서 바렌츠 해까지 도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네덜란드 지도 제작자 메르카토르가 제작한 최신지도가 있었다. 영국은 카라해까지 가봤지만 실패했고, 일부는 얼음에 갇힌 배에서 탈출하여 모스크바를 거쳐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에 시베리아의 오브강까지만 가면 오브강을 따라 바다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고 믿었다. 이를 거쳐 남으로 인도까지 갈 수 있다고 여겼다.     


   몰루카 제도로 가는 일반적인 방법은 유럽 항구를 떠나 카나리아 제도, 시에라리온, 세인트헬레나섬, 희망봉, 마다가스카르 혹은 모리시어스, 소카트라(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오늘날 소말리아), 니코바르 군도, 수마트라의 아친, 자바의 반탐, 런섬에 이르는 항로를 이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적도를 지날 때 무풍지대가 있어 괴혈병과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선한 과일을 섭취해야 괴혈병을 극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자카르타를 바타비아로 이름 지은 까닭은 네덜란드에 처음 정착한 부족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와 영국은 방위조약(Treaty of Defence)을 맺고 네덜란드가 먼저 진출한 몰루카에서 영국이 3분의 1의 권한을 갖되 스페인과 포르투갈로부터 이 지역을 방어하는 데 적극 협조하기로 약조하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일본인 용병을 데리고 동남아시아 제해권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었고, 실제 전투에서 일본인 용병이 활약하였다.      

 

   몰루카 제도 중에서 런섬만 영국이 장악해 원주민과 협력하여 육두구를 유럽으로 실어 날랐다. 여러 정황 속에서 네덜란드는 영국 무역상과 기지를 몰아내는 전쟁을 벌였다. 런섬은 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여건 속에서 영국 무역상 대표였던 나다니엘 코트호프가 인간성과 용기, 담대함과 충성심으로 3년을 버텼으나 1656년 겨울 영국 동인도회사는 몰루카 제도에서 손을 들고 말았다. 대신 영국 동인도회사는 인도 대륙에서 화약의 원료가 되는 초석과 실크 수입에 중점을 두며 현대적인 회사로 거듭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런섬을 둘러싼 전쟁에 대한 배상 문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을 했지만, 결말을 보지 못했다. 이후 영국 선단은 대서양 건너 맨해튼을 공격하고 네덜란드에 항복을 제의했고, 결국 1667년 영국은 몰루카 제도의 런섬을 되찾는 대신 맨해튼을 취했고, 네덜란드는 맨해튼을 내주고 런섬을 계속 지배한다. 나다네일 코트호프의 런섬에서 치렀던 외로운 전투와 저항은 영국의 역사에서 잊혔다.      


<(주) 생각의 나무>에서 본문 560쪽 분량으로 2002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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